[冊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그들에게 희미하게나마 빛이 되어주고 싶은 작가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7/21
2023.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에게서 박완서가 보인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피해 사실을 다룬다. 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박완서가 냉소적인 관찰자로 보인다면 최은영은 분노한 투사처럼 보인다. 박완서가 가부장적 남녀를 어딘지 모르게 멍청하게 그려낸다면 최은영은 그들을 악의 한 축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박완서는 그들을 조롱하는 듯하며 최은영은 그들에게 분노한다. 박완서의 작품이 어느 분지에 머물러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사회 소설로 읽히지는 않았다.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은 사회 소설로 분류해도 큰 무리가 없을 법하긴 하나 박완서가 사회 문제를 다루기 위해 그 소설을 썼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박완서가, 박완서의 시각으로, 주변을 관찰해 서술했을 따름이라고 느꼈다. 반면 최은영의 작품엔 의무감이 엿보인다. 박완서의 작품이 안에서 밖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실존적으로 보인다면, 최은영의 것은 가부장적 세계 속에서 구슬픈 사연이 있는 이들을 발굴해낸 느낌을 받는다. 그들을 창구로 최은영은 분노를 쏟아낸다. 

최은영의 소설을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몰입해 읽었다 했다. 그런 (훌륭한) 책을 굳이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해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하느냐고 묻는다. 동의한다. 소설은 굳이 분류를 해가며 읽을 필요는 없다. 자기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분류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개인적으론 분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해석을 할 땐 분류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된다.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어떤 작품이 페미니즘 소설로 분류돼 편견어린 시선에 부닥치게 된다면 여전히 우리 사회엔 페미니즘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 흥행하는 작품들엔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82년 김지영> 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소설만이 수백만 권의 판매고를 올린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론 안타깝다. 더 좋은 소설들이 분...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소설도 씁니다.
100
팔로워 86
팔로잉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