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와 왕궁 가는 길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10/15
직접 촬영
    시간이 입이 없는 사물이라는 생각은 오래된 시간들을 만날 때 찾아온다. 오래된 시간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그 시간들은 말이 없다. 묵은 시간은 입이 있던 자리마저 사라지고 대부분 뼈만 남아있다. 그래서 오래 묵은 사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듣거나 이야기하려면 깊은 천착穿鑿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천착을 통해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너무 힘든 일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얼마 전, 문화해설사가 동행한 익산 문화탐방 기회를 얻어 익산을 다녀왔다. 익산에 대한 경험은 백제 시대의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의 농업이민 흔적이 남아 있는 대장포(춘포)를 찾은 것이 전부였고, 유적지에 세워진 안내문을 통해 얻은 정보 이상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 익산 문화탐방은 머릿속에서 섬처럼 떨어져 있던 공간과 시간을 연결하고, 엉성하게나마 역사적 얼개를 가늠하여 익산이 품은 문화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된 귀한 기회였다. 

    인간이 영역을 넓혀가며 문명을 일구고...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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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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