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시절이여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10
상처, 조제, 캔버스에 아크릴


이 그림을 처음 그릴 때는 사람의 얼굴이 나올 거라는 걸 알지 못했다. 단지 검은색과 핏빛처럼 붉은 물감으로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싶었다.

붉은 물감을 나이프로 긁고 뿌리고 하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마치 비밀로 캔버스 속안에 숨겨져 있던 그림처럼 눈이 커다랗고 겁먹은 듯한 표정의 소녀 얼굴이 드러났던 것이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린시절의 나를 그리고 싶었던 거였다.

어린시절의 나는 이렇게 핏빛처럼 끊임없이 상처입으며 겁먹은 눈동자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어디에도 구원은 없었다.

그런 여자아이를 그려서 나라도 기억해주고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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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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