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년차, 갑자기 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거야? -1편-

누비
누비 · 배우를 지망하는 대기업 직장인
2023/03/10
1편. 나에게 대기업 직장인이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한 질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는 입사를 같이 하고 10여 년간 같은 회사를 함께 다닌 친한 회사 동기다. 2023년 1월 첫째주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요즘 연기를 배운다고 선언했다. 나에겐 전혀 갑작스러운 결심이 아니지만 10년을 회사에 같이 잘 다닌 동기가 보기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나보다.

입사할 때부터도 나는 스스로를 ‘외딴 섬’이라 여겼다. 공부를 착실하게 하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며 반장도 하는 타의 모범이 된 모범생. 그리고 순탄하게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이어서 들어간 대기업까지. 그런 삶의 과정이 유사한 사람들이 나의 입사 동기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과정을 밟아왔다고 해서, 그 과정 밖의 삶까지 같은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과정들이 차근차근 밟아가야 할, 다른 삶은 생각하지도 않아본, 이상적인 삶일 것이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 하고, 남들이 부러워하기도 하는, 누군가는 열망하기도 하는 윤택한 삶이다. 내가 그토록 열망하는 삶은 배우라는 다른 삶이었지만, 그 삶에 모든 걸 걸기에는 내가 쥐고 있는 윤택한 삶을 버릴 용기는 없었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삶이었다. 공부는 꽤나 정직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한 만큼 성적이 나왔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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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직장인의 절실한 마음짓, 몸짓을 기록합니다. 켜켜이 먼지 쌓아둔 꿈을 세상 밖으로 꺼낸 용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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