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의 흐릿한 경계
2023/09/04
프리고진이 암살당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 합계출산율이 0.7에 도달했다. 우리는 어떤 눈으로 현대사를 봐야 할까? <벌새>엔 성별 이분법에 기반한 단순한 선악구도나 미러링 된 영웅서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몇몇 리뷰어는 <벌새>를 '여성끼리만의 철벽' 운운하며 비판한다. 영화를 보긴 했는지 의심스럽다. 94년도 여성 중학생의 시선을 담았으니, 지금 우리의 눈에 노골적일 '여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가부장적이며 한심한 아버지, 권위적인 선생, 폭력적인 오빠, 이들이 모두 남성인 건 과장도 우연도 아니다. 심지어 그것들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고, 이제는 저항의 움직임도 꽤 강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의미에서 은희가 아니꼬울지도 모른다. 영화의 은희 또한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전쟁이 아닌 생존을 위해서다. 생존은 사이다가 아니다.
더군다나 작품엔 권력을 가진 여성도 등장한다. 학원 원장은 여성이고, 강사 영지는 서울대생이다. 때로는 여성이 은희에게 상처를 준다. 은희는 (여자)친구에게나 (여자)연인에게나 배신당한다. 그렇다면 이...
꾸역꾸역....
그것이 생의 도저함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