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계절2
단편소설 - 미완의 계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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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순인데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는지 날씨는 꽤 쌀쌀했다. 경욱이 유하영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강남 지하철역 근처의 커피전문점이었다. 유하영은 그의 학교 후배지만 친분은 없는 사이였는데, 어제 박동섭과의 통화중에 전해 들으니 그녀에게 급한 사정이 생겨 출강 중이던 대학의 강의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으므로 대신 맡아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쁜 걸음으로 커피전문점에 들어선 경욱은 입구에 우뚝 선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실내조명은 약간 어두웠고, 소란스런 음악 소리에 사람들의 대화가 묻히고 있었다. 스무 살 무렵에는 경욱도 친구들과 함께 전통찻집이나 카페를 드나들곤 했었다.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 푹신한 소파가 있어 몇 시간씩 앉아 있다 보면 심신이 물먹은 솜처럼 되어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던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서른을 넘긴 후 이런 곳에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동안 유행이 많이 변했는지, 소파 대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딱딱한 나무 의자와 둥근 테이블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경욱은 카운터 위에 걸려 있는 메뉴판을 통해 차 가격을 확인하고, 입구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렸다. 잠시 후 커피숍에 들어선 유하영은 한 눈에 경욱을 알아본 듯 곧바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최경욱 선배님이시죠? 저는 유하영이에요.”
“네. 제가 최경욱입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왔다.
“선배님이 계산하실 거죠?”
“네. 제가 계산하죠.”
경욱은 순순히 대답했다.
“그럼 저는 코코아 한 잔 마실래요.”
경욱은 코코아 한 잔과 가장 저렴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떠나자, 하영은 숄더백에서 영어회화 교재 몇 권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선배님께서 가르치실 교재에요.”
경욱은 교재들을 펼쳐 제목, 목차 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내일 오전 11시에 그 대학 학과장님께서 선배님 면접을 보고 싶다고 하시던데, 시간 괜찮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경욱이 대답했다. 하영은 종업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