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세이> ① 이렇게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2023/02/19
홀짝.
입술을 따끈하게 간지른 보이차가 목을 타고 단전 아래로 내려간다. 베이징北京의 삭풍에 꽁꽁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아, 이제 좀 쉬어야겠다. 다시 홀짝.
나의 차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 차를 마실 때 내가 차를 주제로 강연을 다니고, 차회茶會를 열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기자인데, 매일매일 사건을 쫓고 속보를 써내야 하는 것이 내 일인데, 어느 날 내 인생으로 차가 불쑥 들어왔다니! 인생의 강물은 어디로 방향을 틀어 흘러갈지 몰라서, 우리는 오히려 여기에서 묘미를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차를 마신다는 행위와 차를 마시는 그 시간이 그저 좋았을 뿐이다. 따뜻한 찻물이 내 속으로 흘러 들어올 때 나는 고요해졌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차분해졌다. 차를 마시며 나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차우茶友들과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는 다정한 그 시간을 즐기며 잠시나마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차가 내어 주는 선의善意 아닐까.
그저 좋아서 행했을 뿐인데, 그것이 내 삶 속에 이토록 깊이 들어왔을 줄이야.
처음 차를 마시게 된 것은, 그러니까 제대로 차를 마시게 된 것은 베이징 특파원 시절이다. 2017년 1월 베이징에 부임하자마자 공항 취재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사건기자를 했던 터라 속칭 ‘뻗치기’에는 자신 있었다. 베이징 공항에 드나드는 북한 인사를 취재하는 일이 막 부임한 내게 주어진 일이었다. 1월의 베이징은 야속하게도 추웠다. 예부터 북평北平이라 불리는 베이징 평야 위에 세워진 공항의 바람은 북방 툰드라의 추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못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공항을 빠져나오는 북한 인사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두꺼운 겨울옷으로 몸을 아무리 둘러싸 매 보아도 바느질 자국 틈을 파고드는 북방의 칼바람은 송곳처럼 매섭기만 했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4시간까지도 공항에 서 있...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중국의 맛> 등 집필.
먹고, 마시고, 쓰고. 먹을 것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