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5
대학(학부) 교육의 무의미함
대학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교수를 포함한 소수의 연구 인력들이 학문 탐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떠오른다. 자연 과학이나 공학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과학이 지속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부생들은 이러한 기능과는 무관하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학문 탐구를 준비하는 단계에 있을 뿐이며 절대 다수는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의 입장에서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 대부분의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의 각 분야에 진출하여 자신의 직업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교양과 특정 범주의 전문 지식을 전수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 모범적인 답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교양 수업이 이제는 대학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령 서울대의 인기 교양이었던 ‘역사와 영화’의 수업 내용들은 서울대 입학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서적이나 미디어 콘텐츠,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이런 성격과 수준의 콘텐츠들은 이미 서점과 인터넷에 흐르고 넘친다. 중국어 회화 강의를 듣기 위해서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없다. 중국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HSK 전문 학원으로 가는 것이 훨씬 낫다.
전문 지식은 어떤가? 학부 전공 수업에서 연마한 전문 지식들이 실제 취업 현장에서 그다지 쓸모가 있지 않음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몇몇 예외적인 전공들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우리는 취직을 한 기업체에서 다시 실무 교육을 받는다. 이건 문과든 이과든 피할 수 없다. 최근 모 대기업 디스플레이 공장의 생산 팀장이 술자리에서 이런 푸념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