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말 버리고 영어 쓰자고 주장하는 불가촉천민 활동가, 그 이유는? -새 나라에 어울리는 새 언어를 고를 수 있을까
인도 말 버리고 영어 쓰자고 주장하는 불가촉천민 활동가, 그 이유는?
-새 나라에 어울리는 새 언어를 고를 수 있을까
스위스에서 불어를 배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어가 세계공용어였으면 어쩔 뻔했어? 영어가 배우기 백 번 낫네.
영어는 문법적 성도 없고 존댓말/반말도 없고 문법도 간결하여 뜻이 명확한 편이다. 영어 알파벳도 간단하고 쓰기 쉽다. 노르만 정복 전의 고대 영어에서는 남성, 중성, 여성의 세 가지 성이 있었으나 현대 영어에서는 사라졌다. 불어는 모든 명사에 여성/남성이 있어서 따로 외워야 하고, 성/수/인칭에 따라 동사변형이 달라지며, 시제도 많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축약과 자리바꿈도 많다. 알파벳에 악썽(accent: Ç ë é è â 같은 것)도 있어서 쓰기 번거롭다. (단, 발음 면에서는 영어가 극도로 불규칙해서 불어보다도 까다롭다. 영어 발음이 불규칙적으로 불규칙적이라면, 불어 발음은 불규칙적으로 규칙적이라고나 할까.) 영어가 완벽한 언어는 아니지만 꽤 중립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존댓말/반말이 없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한국어에 뿌리박힌 연령주의, 서열주의, 신분주의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 중에 한국어의 존댓말과 반말이 어렵지만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눈에 씐 콩깍지 때문에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모든 것이 ‘쿨’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복잡한 호칭과 어미마저 다 좋아 보이는 것 같다. 이런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존댓말과 반말에 대해 물어올 때, 나는 속으로 난감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존댓말-반말이 싹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No! Stop! Don't"를 외치라고 가르치는데, 한국어로 이 표현들이 번역될 때 ‘존댓말 패치’가 자동으로 붙는다는 문제가 있다. 가해자에게 안 된다고, 싫다고, 멈추라고 외칠 때도 '연장자에 대한 예의'를 갖춰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존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