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플라타너스가 우거진 길, 그 길가의 스타벅스 DT(드라이브스루)점 앞. 작년 10월 새로 문을 연 이곳 앞엔 썩고 병든 나무 세 그루가 서있다. 흉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자연스레 늙어 죽은 것이 아니라, 독극물로 무참히 살해당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나무를 세 그루나 살해한 것일까? 대체 이곳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구 대비 자영업자 세계 1위, 간판으로 돋보여야 하는 시대경찰에 따르면 ‘북가좌동 나무 살인범’은 해당 스타벅스가 입주한 건물의 관리인이었다. 사라진 나무는 총 다섯 그루인데, 그 중에 두 그루는 구청의 허가를 받아 제초제 투입 후 벌목하였고, 세 그루는 허가 받지 않았지만 말라 죽었다. 해당 건물 관리인은 구청에 나무 세 그루의 값인 (고작) 780만원을 변상하고, 농약을 부었다는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는 가로수가 스타벅스 간판을 가리고 차량의 드라이브 스루 진입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해당 나무는 4층 건물의 높이에 필적할 정도로 높고 거대한 나무였으니, 분명 간판을 가리고 차량 진입을 방해할만 하다. 그래서 그는 드라이브 스루 진입로 개설에 필요한 나무 두 그루의 벌목을 서대문구청에 신청해, 허가를 받아 벌목했다. 그런데 다른 세 그루까지 죽여버린 것이다.
대한민국 간판은 모조리 ‘요란하다’고들 한다. 해외에선 서울이 ‘사이버 펑크’(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는 억압적인 사회의 무법적인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는 SF의 한 장르.) 세계를 보는 것 같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분명 간판이 요란법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