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4
안녕하세요. 허남설님. 제가 매일 출근하는 길의 동네 이야기를 자세히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몇년을 하루 두번씩 지나는 길의 이야기라 그런지, 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특히 '화이트사이트'를 모토로 한 개발 계획은 저 같은 사람과 연관이 깊을 수밖에 없어, 몇자 의견을 남겨 봅니다.
우선 이 계획과 관련해 적어주신 우려는 아래와 같습니다.
특히 '화이트사이트'를 모토로 한 개발 계획은 저 같은 사람과 연관이 깊을 수밖에 없어, 몇자 의견을 남겨 봅니다.
우선 이 계획과 관련해 적어주신 우려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그곳엔 일하는 사람들, ‘산업’이 현존한다
2. 세계문화유산, ‘종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3. 사업이 잘됐다고 해도 초고층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4. 지금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힙지로의 꿈을 일소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러나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1. 그곳엔 일하는 사람들, ‘산업’이 현존한다
사실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개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정책 결정자는 더 많은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질적, 양적으로 개선시킬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개발 과정에서 상대적 약자인 소수에게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치명적인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다만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 만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전거도, 자동차도 탈 수 없습니다. 그저 집안에 갇혀 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까지는 서울판 화이트사이트 구체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세운상가 사람들의 삶을 근거로 개발계획을 반대하기엔 너무 이른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2. 세계문화유산, ‘종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아직 법은 지난 삶의 '사이트' 보다 현재 삶의 '사이트'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붙여주신 참고기사에서 법원은 200m 밖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말씀주신 내용 중, 종묘에서 세운지구까지는 가장 가까운 거리로 200m 정도입니다. 혹 문제가 될 수 있는 초고층 ...
음, 얘기가 자꾸 겉도네요. 전 왜 지금 이 시점에 현 서울시장이 구체안도 아니고 그런 낯선 용어나 하나 던져놓는 것이 문제적인지 설명을 드린 것 같은데 자꾸 그 부분을 제거하시고 지켜보자고만 하시면^^;말씀하신대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것입니다. 지켜보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다만 현 시장은 과거에 한차례 좌절된 계획을 냈던 당사자란 점, 그래서 이 개발사업을 풀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들이 뭔지 알 것이란 점, 지금 낸 화이트 사이트는 뭔가 새로운지도 모르겠다는 점 때문에 미리 비판하는 글을 쓴 것입니다.
또 가령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시작할 건데 재건축 할 동안 그 이주 수요를 어디서 감당할 수 있느냐, 이런 기본 구상이 깔리지 않으면 얘기가 되겠습니까. 세운의 산업은 제조업 특성상 다방면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아파트단지 하나 새로 지으면서 그 동네 원주민이 어디로 이사갈지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과거 서울시가 청계천 주변 정비사업을 하면서 송파 가든파이브 구상과 연결시켰던 전례도 있는 것이고요. 아이디어를 던졌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그럼 구체안을 기다려 보자, 세운은 이런 식으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단계가 아닙니다.
물음표를 붙이신 부분이 있어 댓글 한번 더 달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찬성인데 과정을 문제삼는 것이냐는 취지로 물으셨는데, 저는 어떤 계획 세우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그걸 '화이트 사이트'란 그럴 듯하고 낯선 용어로 포장했을 뿐, 가장 기본적인 고려들이 안돼있다는 겁니다. 현존하는 산업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초고층을 짓는다면 종묘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부가적'인 부분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제가 글에도 썼듯 아주 오래 전부터 무수한 계획을 세우면서 내내 쟁점, 갈등이 됐던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행정가가 모를리는 없을 것이며, 그럼에도 보완한 것은 '화이트 사이트'란 용어뿐입니다.
화이트 사이트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쪽으로 논쟁이 흐를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글에도 썼듯, 화이트 사이트는 뭔가 대단히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리나 원을 봐도 중고층부는 호텔과 아파트, 저층부는 상업시설이 있는, '복합' 측면에선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건물입니다. 중요한 건 세운이라는 장소에 대한 고민입니다. 화이트 사이트뿐만 아니라 그 무엇으로 포장하든 그 장소에 대한 해법 없이는 공허한 이야기들일 뿐입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또 조목조목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갈래로 나눠 말씀주셨고, 저도 그 네 갈래에 대해 말씀드릴 게 좀 있습니다.
1.
저는 세운 개발 자체를 반대한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세운 근처의 산업이 여러모로 쇠퇴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보지만(그렇다고 사업체나 종사자가 아예 ‘0’이 되지는 않겠지만요), 서울시가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미 현 시장이 과거에 세운지구 개발을 무려 6~7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던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기간 계획은 산업은 아예 고려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세운의 산업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유혹이 이끌리기 쉬운 상태에 있습니다(이건 현 시장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선출직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라고나 할까요). 종사자가 20,000명이면, 엮인 가족, 협력업체 등까지 생각했을 때 그 수를 결코 ‘소수’라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2.
한 왕의 능에서 보인 아파트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왕의 능도 아닌 한 왕조의 사당에서 그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다면 그때 논쟁은 훨씬 더 거셀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안.망치님이 느끼시는 것보다 종묘를 훨씬 더 엄중한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뷰' 논쟁이 일어난다면 가볍지 않을 것이란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3.
문재인·박원순표 부동산 실패가 공급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이건 논란이 너무 많은 사안이어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하나만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가 공급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게 2020년쯤인데, 2년 만에 얼마나 많은 주택이 공급됐기에 지금 부동산이 정체 내지는 하향 조짐을 보이는 걸까요? ‘공급’을 원인으로 보면 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창신·숭인 건을 링크해 주셨는데, 과거를 한번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창신·숭인은 당시 부동산 경기 하향과 함께 엎어진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4.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미처 모르는 스토리입니다만, 세운지구 개발을 해야 한다면 저는 꼭 태산의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길 바랍니다. 단, 드라마에서는 토지보상을 받을 주민들이 있지만, 세운에는 세입자 신분의 영세사업자들이 많습니다. 드라마와는 구도가 많이 다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물론 세운의 토지주들은 개발 후 이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개발 찬반이 갈리겠죠. 또, 제가 글에서 세운지구 관련 과거 계획들을 나열했는데, 그건 그냥 계획이 아닙니다. 2009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계획은 아까 말씀드린 현 시장이 당시 수립한 초단기 계획이었고, 실제 사업을 추진했고, 그것이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불행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났던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시고 또 조목조목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갈래로 나눠 말씀주셨고, 저도 그 네 갈래에 대해 말씀드릴 게 좀 있습니다.
1.
저는 세운 개발 자체를 반대한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세운 근처의 산업이 여러모로 쇠퇴하는 길을 걷고 있다고 보지만(그렇다고 사업체나 종사자가 아예 ‘0’이 되지는 않겠지만요), 서울시가 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미 현 시장이 과거에 세운지구 개발을 무려 6~7년 안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웠던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기간 계획은 산업은 아예 고려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세운의 산업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유혹이 이끌리기 쉬운 상태에 있습니다(이건 현 시장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선출직들이 빠질 수밖에 없는 함정이라고나 할까요). 종사자가 20,000명이면, 엮인 가족, 협력업체 등까지 생각했을 때 그 수를 결코 ‘소수’라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2.
한 왕의 능에서 보인 아파트에 대한 논란이 일었던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 왕의 능도 아닌 한 왕조의 사당에서 그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다면 그때 논쟁은 훨씬 더 거셀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안.망치님이 느끼시는 것보다 종묘를 훨씬 더 엄중한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뷰' 논쟁이 일어난다면 가볍지 않을 것이란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3.
문재인·박원순표 부동산 실패가 공급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이건 논란이 너무 많은 사안이어서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하나만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가 공급 대책을 쏟아내기 시작한 게 2020년쯤인데, 2년 만에 얼마나 많은 주택이 공급됐기에 지금 부동산이 정체 내지는 하향 조짐을 보이는 걸까요? ‘공급’을 원인으로 보면 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창신·숭인 건을 링크해 주셨는데, 과거를 한번 더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창신·숭인은 당시 부동산 경기 하향과 함께 엎어진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4.
그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미처 모르는 스토리입니다만, 세운지구 개발을 해야 한다면 저는 꼭 태산의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길 바랍니다. 단, 드라마에서는 토지보상을 받을 주민들이 있지만, 세운에는 세입자 신분의 영세사업자들이 많습니다. 드라마와는 구도가 많이 다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물론 세운의 토지주들은 개발 후 이익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개발 찬반이 갈리겠죠. 또, 제가 글에서 세운지구 관련 과거 계획들을 나열했는데, 그건 그냥 계획이 아닙니다. 2009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계획은 아까 말씀드린 현 시장이 당시 수립한 초단기 계획이었고, 실제 사업을 추진했고, 그것이 많은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불행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났던 것입니다.
음, 얘기가 자꾸 겉도네요. 전 왜 지금 이 시점에 현 서울시장이 구체안도 아니고 그런 낯선 용어나 하나 던져놓는 것이 문제적인지 설명을 드린 것 같은데 자꾸 그 부분을 제거하시고 지켜보자고만 하시면^^;말씀하신대로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것입니다. 지켜보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다만 현 시장은 과거에 한차례 좌절된 계획을 냈던 당사자란 점, 그래서 이 개발사업을 풀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들이 뭔지 알 것이란 점, 지금 낸 화이트 사이트는 뭔가 새로운지도 모르겠다는 점 때문에 미리 비판하는 글을 쓴 것입니다.
또 가령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시작할 건데 재건축 할 동안 그 이주 수요를 어디서 감당할 수 있느냐, 이런 기본 구상이 깔리지 않으면 얘기가 되겠습니까. 세운의 산업은 제조업 특성상 다방면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아파트단지 하나 새로 지으면서 그 동네 원주민이 어디로 이사갈지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과거 서울시가 청계천 주변 정비사업을 하면서 송파 가든파이브 구상과 연결시켰던 전례도 있는 것이고요. 아이디어를 던졌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그럼 구체안을 기다려 보자, 세운은 이런 식으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단계가 아닙니다.
물음표를 붙이신 부분이 있어 댓글 한번 더 달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찬성인데 과정을 문제삼는 것이냐는 취지로 물으셨는데, 저는 어떤 계획 세우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그걸 '화이트 사이트'란 그럴 듯하고 낯선 용어로 포장했을 뿐, 가장 기본적인 고려들이 안돼있다는 겁니다. 현존하는 산업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초고층을 짓는다면 종묘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부가적'인 부분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제가 글에도 썼듯 아주 오래 전부터 무수한 계획을 세우면서 내내 쟁점, 갈등이 됐던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걸 행정가가 모를리는 없을 것이며, 그럼에도 보완한 것은 '화이트 사이트'란 용어뿐입니다.
화이트 사이트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쪽으로 논쟁이 흐를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글에도 썼듯, 화이트 사이트는 뭔가 대단히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리나 원을 봐도 중고층부는 호텔과 아파트, 저층부는 상업시설이 있는, '복합' 측면에선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건물입니다. 중요한 건 세운이라는 장소에 대한 고민입니다. 화이트 사이트뿐만 아니라 그 무엇으로 포장하든 그 장소에 대한 해법 없이는 공허한 이야기들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