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종묘, 을지로: 그곳은 ‘백지’가 아닙니다
2022/08/03
또, 싱가포르입니다. 올해 선거를 두 번이나 치르면서 싱가포르를 닮자고 외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주택 정책을 배워야 한다고들 했죠. 국토의 90%가 국유지라는 싱가포르는 우리와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어쨌든 집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니까요. 일면 이해가 가긴 합니다. 한데, 이번에는 서울시가 조금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싱가포르로 데려갔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30일(토) 토지이용규제가 전혀 없는 ‘화이트사이트(White Site)’를 적용한 유연한 개발로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 원(Marina One)’에서 “낙후된 서울 도심을 유연하게 복합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화이트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간 효율이 극대화되고 필지에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어 구도심 개발에 적용될 경우 지역 여건에 꼭 맞는 고밀 복합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2022년 8월 1일 서울시 보도자료 <마리나원 찾은 오세훈 시장, 낙후도심 유연하게 복합개발 하겠다>
‘화이트 사이트’라, 낯선 용어가 나왔습니다. 그리 어려운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땅의 용도를 학교면 학교, 공원이면 공원, 이렇게 나누는데요. 그런 용도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학교는 노란색, 공원은 초록색, 이런 식으로 서로 다른 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화이트 사이트는 그런 색이 없이 하얗게 비워 용도를 규정하지 않은 땅을 말합니다. 서울시는 화이트 사이트를 만들면 “한 건물에 운동장 없는 학교와 초고층 수직정원이 동시에 들어가고, 건물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퇴근하는 생활이 가능해진다”라고 설명합니다.
대학에서 건축을 배우고 건축회사를 다니다 갑자기 기자가 되었습니다. 책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글항아리•2023)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