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09/20
정치에 매몰되면 삶은 황폐해진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가족 혹은 지인들 사이에서 정치적 의견 차이 때문에 서먹해지거나 불편해지는 상황을 많이 겪어왔다. 오랜 친구나 동창들 간에도 정치적 견해가 달라 서로 거북해지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의 친구 사이에서도 정치적 논쟁을 하다가 서로 관계를 끊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몇 년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방불케할 정도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경험한 바 있다. 나라는 온통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쪼개져 서로 손가락질 하며 반목했다. 

그 뒤로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인간 관계도 깨져버리는 일들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점점 굳어졌다. 선거 때마다 어느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의 차이는, 그동안 쌓아왔던 인간 관계를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허망하게 만들어 버린다. 어떤 때는 우리들의 인간 관계에서 정치가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대체 정치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우리들 사이의 관계를 좌지우지하게 된 것일까. 정치가 이런 식으로까지 우리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
(사진=pexels)

정치에 대한 과몰입은 경계해야

물론 우리에게 정치는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의 수많은 일들이 바로 정치의 영역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제, 노동, 복지, 교육, 젠더, 외교, 문화 등 각 분야에 대한 정책들이 어떻게 입안되고 결정되는가에 따라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20세기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우리에게 관조적 삶이 아닌 활동적이고 정치적인 삶을 살라고 주문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렌트가 지켜본 세상은 암울했다. 전체주의는 1945년에 무너졌지만 그 잔재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뿌리 뽑힌 인간들이 잉여로 살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기 생존에만 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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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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