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소녀 ㅣ 너의 이름은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9/09
지하철 소녀 자지 왓챠, 화면 캡쳐
성경의 요한계시록을 보면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태초의 말씀은 가장 오래된 언어이니 원초적 언어일 것이다. 한국어에도 태초에 " 원초적 언어 " 가 있었다. 순우리말이 그것이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 중에서 순우리말은 연세가 가장 많으신 단어다. 

순우리말로 만들어진 단어들은 양반들이 한자로 순우리말을 대체하면서 말씀의 품격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져 사망(死語)하시거나 기껏해야 비속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언어에도 생로병사의 운명이 있는 것이다. 비속어의 끝판왕, 아니 영원불멸이라 할 수 있는 끝판 대장인 < 자지 ㅡ > 라는 순우리말은 한자 조합으로 만든 성기와 남근으로 대체되었다.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내 친구 이름 중에는 성기도 있고 남근이도 있다. 크아아. 잘 살고 있냐. 그동안 부끄럼 없이 잘 컸도다, 이놈들아. 한국 사회에서 성기나 남근이라고 말하는 것은 고상한 표현이지만 자지라고 말하는 것은 용서를 할 수 없는 사회다. 

오래 전, 시네마떼끄에서 루이 말 감독 특별 기획 영화제에서 레몽 크노의 원작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제목 << Zazie dans le Métro >> 를 놓고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번역하면 < 지하철의 자지 > 인데 제목이 너무 외설스러운 거라. 대한민국 금기어 0순위인 자지라는 단어가 소녀 이름이다 보니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진다. 소녀 이름을 잣지라고 할까, 좌아아아지라고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즤아지에 ??!  국내에 소개된 제목은 소녀 이름을 쏙 빼고 < 지하철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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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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