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맛보는 음식 기행4] 납작만두-납작해서 그리운 사랑도 있으리

박일환
박일환 · 시인, 저술가, 국어사전 탐방자.
2024/05/30
앞서 글에서 왕만두 얘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다른 만두 얘기를 해볼까 한다. 만두 종류는 무척 다양한데, 그중 납작만두라는 게 있다. 대구 사람들이라면 다들 아는 만두다. 우선 납작만두를 등장시킨 시부터 보자. 
   
납작만두 - 조성순
   
납작만두는
당면 조금, 정구지 조금 소로 넣고 밀가루 반죽하여 대충 누른
수수부꾸미 같기도 하고
빈대떡 모양 볼품없이 그냥 납작한
먹을 때면 이게 왜 그리 유명한가, 갸웃하고 젓가락을 움직이고
식미에 따라 고춧가루를 치기도 하고 간장을 얹어
시킨 것 하릴없이 먹고 나서
보통 반쯤 후회하며 분식집을 나서게 되지.
분식집을 나서면서부터
까닭 없이 한번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그러나 그게 이유 없이 돌아본 게 아니란 걸
아는 사람은 알지.
대구를 떠나 부산이나 서울 어디 타관 땅을 가더라도
가끔 납작만두가 무심코 떠오르게 되고
그러다가 거미줄에 걸린 나비 모양
생각이 걸리게 되지.
나중에 그게 중독이라는 걸 알게 되지.
하던 일이 잘 안되고
일이 있어도 손에 잘 안 잡히고
부족한 그 무엇을 말 못하는 몸이 갈망할 때
그건 납작만두를 못 먹어서 그렇다는 걸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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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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