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잠깐설웁다 ㅣ 너의 이마에 내 손을 얹는 일
2023/08/16
이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 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ㅡ 허은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2017
허은실 시인의 < 이마 > 라는 시를 읽다가 문득 빈집에서 홀로 나흘을 앓다가 서러워서 한소끔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의 일을 이렇게 쓰고 있다.
고열을 동반한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나흘을 앓았(던 적이 있)다. 혼자 끙끙 앓다가 독거사로 죽는, 그런 사회면 기사가 떠올랐으나 두렵지는 않았다. 감기 따위로 죽지 않을 자신감과 감기 따위로 죽어도 아깝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는 자괴감이 동시에 밀려왔으니까. 그냥...... 끙끙 앓았다. 무료했던, 어느 삼경 즈음. 라디오에서 심야 방송 디제이가 시청자가 보낸 사연을 소개했는데 이민자의 악전고투를 담은 내용이었다. 그녀도 나처럼 머나먼 타관(라디오 속 사연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에 거주하고 있었다)살이에 지쳐 있었다고. 결혼은 실패하고 사업도 망했으니 부모 볼 면목이 없던 그녀. 빈 방에서 심한 감기로 누워 있었는데...... 죽기로 결심했던 터라 병원에 갈 생각은 없었고 그저 우주보다 캄캄한 방에서 온갖 상념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때였다고 한다, 캄캄한 천장이 스크린이 되어 한국에서 즐겨 먹던 순댓국이 북위 37도 전갈자리 전방 19도에 위치한 sk 인공위성 불빛처럼 선연하게 떠올랐던 순간. 죽기로 결심했던 여자는 눅눅한 비린내에 말캉...
@살구꽃 아하,, 글쿤요. 제가 왕초보여서 누가 갈켜줘야 아는데.. 감사합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빈집>이 떠오르고 한창의 20대, 실연으로 침잠했던
쓰라린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내 인생에서 참 귀한 경험이었죠. ㅋ
악담님, 골뱅이 '@'를 치면 댓글쓴 얼룩커 닉넴이 보여요. 그러면 '@악담 ' 혹은 '@살구꽃 '
요렇게 제비꽃여린 빛깔인 색깔로 변합니다. 그리고 등록을 누르면
저에게 혹은 악담님 홈의 '종모양'에 빨간불이 들어와여~.
기형도의 어떤 시가 떠오를까요 ? 한때 기형도 시집을 늘 가지고 다녔습니다.
갑자기 기형도시인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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