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5. 수박의 심장을 바친다.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1/05
이번 항차의 목적지는 호주 애들레이드이다. 한국에서 출항한 지 14일째, 태평양 적도를 지나 남반구의 호주 애들레이드 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박 중에는 갑판부가 문을 케이블타이로 봉인해 둬 어퍼데크로 내려가야 밖에 나갈 수 있다.
어퍼데크까지 두 개의 층을 내려갈 시간과 힘이 없는 불쌍한 조리원 최지수는 그렇게 깨져있는 유리창을 통해 호주의 넓은 하늘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11년 만의 호주 방문인데 공기도 맡아보지 못하는 게 아쉬워 케이블타이로 묶여있는 문을 열어봤다. 캥거루 손이 하나 들어갈 정도로 작게 문이 열린다. 문틈으로 코만 겨우 내밀어 호주 공기를 맡을 수 있었다.     

 문득 나는 11년, 글을 쓰는 시점으로는 12년 전, 2012년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로 돌아갔다. 마타랑카라는 가장 가까운 마트까지 130km를 가야 할 정도로 오지에 있는 지역의 크리스탈브룩이라는 수박농장에서 일을 했다. 

 주변에 불빛 하나 없는 농장에서 매일 밤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첫날 생에 처음으로 은하수를 봤을 때, 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모닥불 앞에 앉아 은하수를 보며 밤을 새운 기억이 있다. 늦은 오후, 해가 저무는 시간에는 동쪽 하늘에 항상 분홍빛 노을이 지는 아름다운 농장이었다.      

 수박농장은 풋볼경기장 99개 사이즈로 밭 끝에서 끝을 바라보면 지평선이 보였다. 그 넓은 농장에서 가끔은 혼자 일을 하기도 했다. 혼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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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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