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을 다루는 방식: 불화의 가능성을 전제한 일회적 사태로서
귀여움이라는 미적 범주는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점점 더 빈번하게 언급되며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귀여움은 흔히 아기나 반려동물이 갖는 특성, 혹은 그러한 대상들이 촉발하는 감정으로 대표하여 묘사된다. 이와 관련하여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에 필요한 감정이라는 등으로 진화적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도 많다. 특히 오리들이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을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다닌다는 각인(imprinting) 효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 (Konrad Lorenz) 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생물학적 연원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귀여워함이라고 불리는 어떤 심정상태가 명백히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것이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을 위주로 다뤄본다.
귀여움이라고 하는 것은 대상의 상태라기보다는 주관이 대상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다. 즉 엄밀히 말해 우리가 일관성 있게 개념화하여 주목할 수 있는 사태는 '귀여움'보다는 '귀여워함'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촉발하기에 대체로 용이한 어떤 상태나 속성들의 범주가 있기는 한 것 같고, 이를 귀여움이라고 실용적으로 부를 수 있겠다.
이처럼 귀여워함은 주관이 어떤 대상을 대할 때 촉발되는 일방적 감정이이지만, 상호주관성의 계기를 적극적으로 지향하기도 한다. 즉 귀여워함은 타자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타자와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실제로는 성립되지 않고 있는 상호주관성을 가상적으로 형성하기까지 하며 이를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게끔 한다.
단적인 예로, 사...
댓글 남길 때에는 고양이를 솜뭉치로 표현한게 고양이의 귀여움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는데, 고양이의 생물성을 배제함으로써 더욱 통제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네요 🤦♀️ 무언가 용이 글에서 꼬집은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범주화라는건 인간의 아주 편리한 능력이면서도 바로 그 범주화 때문에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생겨나고,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걸 과도하게 피하려고 하다보니 PC 세계관의 대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분명 인간이 자신의 세계 바깥으로 한 발자국 나아간건 분명 발전이지만, 배려와 존중이 오히려 서로를 더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까지도 생각이 뻗치네요.
우선 용이 다음 글에서 전개할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싶어요!
@김영빈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절대화, 대상화, 이미지화라는 단어들이 제 얘기를 매우 적절히 요약해주는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귀여움-순간을 절대화, 영속화하는 것이 범주를 혼동하게 하여 여러 부조리를 일으키지요.
링크해주신 내용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연결이 많이 되는 내용인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모습만으로는 총체적인 실재로서의 아동과 그 양육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노다해 칭찬과 통제의 관계에 대해 저는 귀여움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얘기했는데, 직접 겪으신 예를 공유해주시니 더 와닿을뿐더러 훨씬 일반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어떤 칭찬을 받았을 때 기대를 위반하지 않으려면, 혹은 다른 말로 공유된 상황적 정의 (shared situation definition)를 존중하려면 그 칭찬을 계속 의식하고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연결되는 맥락에서, 귀여움이라는 범주가 많이 부각되는 건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이 통제가능한 범위에 넣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써, 귀여움이라는 틀을 끊임없이 적용하는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자주 하는 일이지만 확실히 남성보다 여성들 사이에서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말씀하신것 같은 연원을 생각해볼 수 있을것 같아요
3년쯤 전에 정경대학 쪽 입구에 있는 친근한 고양이 여러마리를 보았었는데 지금도 있으련지 모르겠네요. 솜뭉치 ㅎㅎ
잘 읽었습니다. 귀여움 자체보다는 그것이 절대화, 대상화, 이미지화되는 게 문제.
https://alook.so/posts/WLtJJOL
제가 썼던 글과도 연결이 되네요.
지금의 아동혐오나 대상화 논란도 단순히 아동에 대한 적대를 넘어, 아동의 귀여움과 같은 좋은 면을 함부로 소비하는 문제가 큽니다. 귀여움은 아동의 한 면모일 뿐인데 그게 아동과 동일시되고, 안 귀여운 아동 혹은 귀엽지 않은 순간의 아동은 이미지와 안 맞다며 배척당하고...
아주 흥미롭네요 용 :D 떠오르는 두 가지 주제가 있어요.
1.
보통 여성들은 온갖 것(?)들을 귀엽다고 하고,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의 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곤 하죠. 이 글에 비추어 이해해보면, 1) 돌봄, 2) 통제 두 가지 측면으로 모두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생각해보면 사실 그 둘은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있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여성이 보다 돌봄의 욕구가 있다고 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서 통제의 욕구가 있다고 할 수도 있으려나요?
이제는 누군가 저를 칭찬하는 말을, 그 사람의 기준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저 자신의 기준에서 '그래 나는 잘하지'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어릴 때에는 누군가 저에게 칭찬하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칭찬에는 예쁘다, 귀엽다는 말도 포함되구요. 그렇게 칭찬을 들으면 무언가 그 사람을 대할 때에는 그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는게 머뭇거려졌어요. 사실 어린 아이를 대하거나, 양육/교육할 때에도 칭찬이 통제의 수단이 되기도 하잖아요.
용의 글을 읽고 나니 보통은 주양육자가 여성인점과, 여성이 귀여움을 더 쉽게 느끼는 이유가 연결되어 보이네요.
2.
학교에 사는 고양이가 몇 마리 있어요. 하루는 한 고양이를 아주 많이 쓰다듬었는데, 손바닥이 거뭇거뭇해졌더라구요. 그 이후로는 안다듬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야외에 사는 고양이가 아무리 수시로 자신의 혀로 샤워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냥 바깥에 굴러다니는 솜뭉치같은 거잖아요. 한 친구가 이런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어요. '고양이는 귀엽다는 이유로 이쁨 받는데, 바퀴벌레는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 둘 다 바깥을 돌아다니는건 똑같은데'
용의 글을 읽으니 제 경험과, 제 친구의 문제제기가 떠오르네요!
@몬스 흥미롭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는 제 개인적인 견해들이 많이 들어갔고 다음번에는 미디어에서의 귀여움을 기존의 문헌들을 기반으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 :)
와 흥미로운 주제이자 문제제기입니다!
와 흥미로운 주제이자 문제제기입니다!
댓글 남길 때에는 고양이를 솜뭉치로 표현한게 고양이의 귀여움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는데, 고양이의 생물성을 배제함으로써 더욱 통제가능한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네요 🤦♀️ 무언가 용이 글에서 꼬집은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사실 범주화라는건 인간의 아주 편리한 능력이면서도 바로 그 범주화 때문에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생겨나고,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걸 과도하게 피하려고 하다보니 PC 세계관의 대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분명 인간이 자신의 세계 바깥으로 한 발자국 나아간건 분명 발전이지만, 배려와 존중이 오히려 서로를 더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까지도 생각이 뻗치네요.
우선 용이 다음 글에서 전개할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싶어요!
@김영빈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절대화, 대상화, 이미지화라는 단어들이 제 얘기를 매우 적절히 요약해주는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귀여움-순간을 절대화, 영속화하는 것이 범주를 혼동하게 하여 여러 부조리를 일으키지요.
링크해주신 내용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연결이 많이 되는 내용인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모습만으로는 총체적인 실재로서의 아동과 그 양육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노다해 칭찬과 통제의 관계에 대해 저는 귀여움이라는 범주를 중심으로 얘기했는데, 직접 겪으신 예를 공유해주시니 더 와닿을뿐더러 훨씬 일반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어떤 칭찬을 받았을 때 기대를 위반하지 않으려면, 혹은 다른 말로 공유된 상황적 정의 (shared situation definition)를 존중하려면 그 칭찬을 계속 의식하고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연결되는 맥락에서, 귀여움이라는 범주가 많이 부각되는 건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이 통제가능한 범위에 넣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써, 귀여움이라는 틀을 끊임없이 적용하는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자주 하는 일이지만 확실히 남성보다 여성들 사이에서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말씀하신것 같은 연원을 생각해볼 수 있을것 같아요
3년쯤 전에 정경대학 쪽 입구에 있는 친근한 고양이 여러마리를 보았었는데 지금도 있으련지 모르겠네요. 솜뭉치 ㅎㅎ
잘 읽었습니다. 귀여움 자체보다는 그것이 절대화, 대상화, 이미지화되는 게 문제.
https://alook.so/posts/WLtJJOL
제가 썼던 글과도 연결이 되네요.
지금의 아동혐오나 대상화 논란도 단순히 아동에 대한 적대를 넘어, 아동의 귀여움과 같은 좋은 면을 함부로 소비하는 문제가 큽니다. 귀여움은 아동의 한 면모일 뿐인데 그게 아동과 동일시되고, 안 귀여운 아동 혹은 귀엽지 않은 순간의 아동은 이미지와 안 맞다며 배척당하고...
아주 흥미롭네요 용 :D 떠오르는 두 가지 주제가 있어요.
1.
보통 여성들은 온갖 것(?)들을 귀엽다고 하고,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의 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곤 하죠. 이 글에 비추어 이해해보면, 1) 돌봄, 2) 통제 두 가지 측면으로 모두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생각해보면 사실 그 둘은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있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여성이 보다 돌봄의 욕구가 있다고 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서 통제의 욕구가 있다고 할 수도 있으려나요?
이제는 누군가 저를 칭찬하는 말을, 그 사람의 기준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저 자신의 기준에서 '그래 나는 잘하지'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어릴 때에는 누군가 저에게 칭찬하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칭찬에는 예쁘다, 귀엽다는 말도 포함되구요. 그렇게 칭찬을 들으면 무언가 그 사람을 대할 때에는 그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는게 머뭇거려졌어요. 사실 어린 아이를 대하거나, 양육/교육할 때에도 칭찬이 통제의 수단이 되기도 하잖아요.
용의 글을 읽고 나니 보통은 주양육자가 여성인점과, 여성이 귀여움을 더 쉽게 느끼는 이유가 연결되어 보이네요.
2.
학교에 사는 고양이가 몇 마리 있어요. 하루는 한 고양이를 아주 많이 쓰다듬었는데, 손바닥이 거뭇거뭇해졌더라구요. 그 이후로는 안다듬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야외에 사는 고양이가 아무리 수시로 자신의 혀로 샤워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냥 바깥에 굴러다니는 솜뭉치같은 거잖아요. 한 친구가 이런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어요. '고양이는 귀엽다는 이유로 이쁨 받는데, 바퀴벌레는 귀엽지 않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 둘 다 바깥을 돌아다니는건 똑같은데'
용의 글을 읽으니 제 경험과, 제 친구의 문제제기가 떠오르네요!
@몬스 흥미롭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는 제 개인적인 견해들이 많이 들어갔고 다음번에는 미디어에서의 귀여움을 기존의 문헌들을 기반으로 다루어볼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