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을 다루는 방식: 불화의 가능성을 전제한 일회적 사태로서

오용재 인증된 계정 · 통계물리 전공 대학원생
2023/03/18
귀여움이라는 미적 범주는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매체에서도 점점 더 빈번하게 언급되며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귀여움은 흔히 아기나 반려동물이 갖는 특성, 혹은 그러한 대상들이 촉발하는 감정으로 대표하여 묘사된다. 이와 관련하여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에 필요한 감정이라는 등으로 진화적 이유를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도 많다.
어떤 포착되는 순간들은 너무나 귀여운 나머지 우리로 하여금 무해함과 그 영속성을 상정하게 한다. (Retrieved from https://www.youtube.com/watch?v=BFNekjEgvuk , Thumbnail image, 2023.03.18.)
특히 오리들이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을 어미로 인식하고 따라다닌다는 각인(imprinting) 효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 (Konrad Lorenz) 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것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생물학적 연원은 아니다. 여기에서는 귀여워함이라고 불리는 어떤 심정상태가 명백히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그것이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을 위주로 다뤄본다.

귀여움이라고 하는 것은 대상의 상태라기보다는 주관이 대상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다. 즉 엄밀히 말해 우리가 일관성 있게 개념화하여 주목할 수 있는 사태는 '귀여움'보다는 '귀여워함'이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촉발하기에 대체로 용이한 어떤 상태나 속성들의 범주가 있기는 한 것 같고, 이를 귀여움이라고 실용적으로 부를 수 있겠다.

이처럼 귀여워함은 주관이 어떤 대상을 대할 때 촉발되는 일방적 감정이이지만, 상호주관성의 계기를 적극적으로 지향하기도 한다. 즉 귀여워함은 타자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타자와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더 나아가서, 실제로는 성립되지 않고 있는 상호주관성을 가상적으로 형성하기까지 하며 이를 바탕으로 대상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게끔 한다.

단적인 예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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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물리학 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전공 내용 외에는 과학 및 기술매체의 인문학적 비평, 합리성의 상호주관적 정초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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