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표정들 - 식민지 시기말 영화 <반도의 봄>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11/17
영화 <반도의 봄>(1941, 이병일 감독)의 오픈 시그널 화면.
   
국가와 자본에 이중 구속된 식민지인의 처지와 조건

식민지 말기 조선 영화에 대한 논의는 양적 풍성함이 질적 성취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이는 1930년대 말의 정치적 조건을 너무 앞세워 영화를 보는 태도 때문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분석은 소홀하고 정치적 내용을 추수적으로 따라잡는 형태로 영화의 내용을 판단하기 때문에 민족주의적으로 정향된 결론을 내리거나 제국의 식민담론에 재포획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영화 분석의 과정에서는 개별 쇼트가 표상하는 내용을 정밀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며 그래야만 당대의 영화가 처한 현실적 조건이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착목 지점을 바탕으로 식민지 말 ‘조선영화령’ 실시 직후인 1941년에 제작된 <반도의 봄>의 ‘자기반영성’을 살펴보면 당시 영화의 식민지 근대의 이중 구속 상황이 영화적 표상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하는 장면이 바로 ‘발 클로즈업 쇼트’이다. 

이병일 감독의 <반도의 봄>의 ‘발 클로즈업 쇼트’는 중요한 서사적 전환의 중간 지점에 늘 등장하여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발 클로즈업 쇼트’는 문학의 상징과 비유의 효과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식민지 조선의 영화 제작 현실, 더 나아가 조선이 처한 상황 전체를 환기하게 해준다. 

<반도의 봄>은 ‘영화를 만드는 영화’ 이야기이다. <춘향전>이라는 조선의 상징과도 같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의 내용은 <춘향전> 제작의 무산과 재시작과 깊게 관련을 맺으며 영화에 대한 메타 영화의 형식을 띠고 전개된다.
영화 <반도의 봄>(1941)의 한 장면.
이때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반도의 봄>의 ‘발 클로즈업 쇼트’는 조선영화계의 열...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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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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