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껏 스스로를 독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달할 수 있는... 김미옥, 《미오기傳》
나의 엄마가 말하길, 잘못 했으면 나는 깡패의 아들이 되었을 수도 있단다. 엄마의 기억에 따르자면 상당한 규모(?)의 조직의 우두머리인 그와 엄마는 극장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했다. 그는 아래 위 그리고 신발까지 하얀 색이었고 극장 입구에서는 동생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관객석 여기저기에 동생들이 있었고 엄마는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엄마와 깡패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클래식을 처음 만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녀원이 있었다. 나는 다람쥐처럼 나무를 잘 타서 수녀원 담장 위에 앉아 우물우물 버찌를 먹으며 수녀들의 노래를 들었다. 수녀가 되면 기도하고 노래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p.91)
그로부터 얼마 후 엄마는 편물 학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