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껏 스스로를 독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도달할 수 있는... 김미옥, 《미오기傳》

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5
“나의 엄마는 혼자 생계를 짊어지고 모진 세상을 억세게 살았다. 그녀의 해방구는 욕설이었는데 노점상을 하거나 보따리 장사를 할 때도 손님과 싸움이 붙으면 거나한 욕설로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했다. 욕설의 내용을 보면 우선 상대방의 집안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이를테면 조상을 쌍놈이나 후레자식으로 만들어 가문에 먹칠을 했다. 그다음 인체의 신비를 이용해 구석구석 세심하게 기운을 뺐다. 쌔가 만발하고 눈까리가 썩어 문드러지며 대가리를 절구에 빻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동반자살을 노래하는 것이었는데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였다.” (p.49)
 나의 엄마가 말하길, 잘못 했으면 나는 깡패의 아들이 되었을 수도 있단다. 엄마의 기억에 따르자면 상당한 규모(?)의 조직의 우두머리인 그와 엄마는 극장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했다. 그는 아래 위 그리고 신발까지 하얀 색이었고 극장 입구에서는 동생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관객석 여기저기에 동생들이 있었고 엄마는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엄마와 깡패의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클래식을 처음 만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녀원이 있었다. 나는 다람쥐처럼 나무를 잘 타서 수녀원 담장 위에 앉아 우물우물 버찌를 먹으며 수녀들의 노래를 들었다. 수녀가 되면 기도하고 노래만 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p.91)
 그로부터 얼마 후 엄마는 편물 학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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