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이 없다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4/06/14
 
아버지의 일터이자 내 유년의 놀이터였던 3류 극장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옛날에는 동시상영관( : 티켓 한 장으로 영화 두 편을 볼 수 있는 극장)으로 불렸던 3류 극장( : 1류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재개봉관에서 상영되었는데 이런 극장을 2류 극장이라고 불렀다. 3류 극장은 영화 시장에서 최하위 등급이다)은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멸종되었다. 아버지의 간판 그림 솜씨는 형편없었다. 장동건을 양동근으로 그렸으니 말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여전히 극장 간판을 그리셨다면 차은우를 강동구처럼 그리셨을 것이다. 강동구가 누구냐고?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못난이 내 친구 강동구 씨. 
세월이 흘러 흘러 흘러. 나는 충무로 바닥에서 필름을 만지작거리며 살았다. 재능이 없으니 자잘한 직종 변경이 많았다. 시나리오 썼다가 재능이 없어 편집 일을 했다가, 편집에도 재능이 없어서 영화관에서 일하다가, 그것도 적성에 맞지 않아서 영화 홍보사에서 인쇄물을 담당했다가, 그것도 적성에 안 맞아서 다시 필름을 만지작거렸다. 영화라는 장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필름도 사라지지 않을 터이니 밥 굶어죽을 일은 없겠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웬걸 ! 이제는 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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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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