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풋잠 3화 – 곁과 편

영화관 풋잠 · 지혜가 모여 혜안이 되는 공간
2024/06/08
결국, 술에 취한 채로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발제자였던 바대표는 책 내용을 요약하며 말했다.
   
“책의 문제의식은 서론에서 제시됩니다. 편만 남고 곁은 사라진 사회의 모습이에요. 편의 말과 곁의 말을 나누어요. 편의 말은 누군가가 말하면 옳소, 아니오 밖에 대답할 수 없는 말입니다. 아니오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적이 되기 때문에 옳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동질화가 되는 모습을 저자는 단속사회라고 말합니다. 너의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접속하고, 너의 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차단되는 관계입니다. 저자는 곁이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곁은 상대가 어떤 모습인지를 존중하고, 그의 말을 들어주며 그를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책은 3부로 나뉘어져서 진행됩니다. 1부는 곁은 없고 편만 강요하는 사회의 단상에 대한 묘사에요. 정치 공동체가 폭로를 통해서만 논의가 이루어지는 사회의 모습, 그리고 기획된 친밀성 속에서 동질성만이 강조되는 가족의 모습 등 곁은 없고 편만 강요되는 사회입니다.
2부는 보다 미시적으로 들어가 사회적 관계들로 들어갑니다. 2부에서는 여러 사회적 관계에서 가짜 소통들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고유함을 인정하지 않고, 소통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소통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관계에서 질문을 던지기가 어려운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3부는 우리 사회에서 편이 아닌 곁을 만들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합니다.”
   
바대표가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동안, 평소 술버릇대로 술을 홀짝였다. 그랬더니 내가 술을 마시면 얼마나 정신줄을 놓는지 아는 준병이 형은 어깨를 툭툭 쳤다. 정신을 차리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책의 요약을 마친 바대표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책에 대해서 첫 번째로 말해볼 수 있는 이야기는 곁과 편에 대해서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관계에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내 곁에 있다고 느끼나요?”
   
말을 마치고서는 누가 먼저 말할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무도 먼저 말하기는 싫어하는 듯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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