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 BEEF는 왜 성내는가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6/10
산책을 하는데 화가 난다. 나는 자전거 도로를 걷고 싶지만, 이미 보행자가 많다. 나까지 진입하면 자전거가 지나갈 공간이 모자란다. 포기하고 인도로 걸으며, 분개한다. '어차피 걸어 다닐 거면서 왜 인도가 아닌 자전거 도로를 쓸까? 이러니 사람들이 자동차에 집착하게 되고 탄소를 잔뜩 배출하지.'를 천박한 언어로 바꾸면 얼추 내 생각이다. '내로남불'은 의미 없는 단어다. 내가 봐도 '불륜'이면, 하지 않는다. 로맨스니까 하는 거다. 문제는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가치 판단이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로맨스인지, 여기선 왜 화가 났는지가 중요하다.

'BEEF'가 '성난 사람들'로 번역된 이유에 답하긴 쉽지 않다.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이나 '갈등'을 내세우는 하나 마나 한 얘기에 그칠 확률이 높다. 질문을 바꾼다. '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다시 자전거 도로로 돌아온다. 나는 군중에게 쏟던 분노를 애정으로 바꾼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주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강하게 믿는다. 물론 말을 걸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철저한 경계를 세우고, 무작정 추앙한다. 세상이 살만한 것 같고, 내 인생도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 다시 자전거 도로를 점거한 사람을 발견하면, 폭발한다. 시비를 걸진 않는다. 거리를 유지하며, 조용히 투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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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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