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절망에 익숙해지는 직업

정지우
정지우 인증된 계정 ·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2023/08/08
변호사는 절망에 익숙해지는 직업이다. 변호사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에 절망해 있고, 문제 해결을 간절히 바란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나면 안심하거나 기뻐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쁨에 겨워 변호사를 찾아오는 경우는 전혀 없을 법하다. 이 직업은 타인의 절망을 듣는 일이며, 그 절망을 고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묘하게도 변호사는 절망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이 장밋빛이라고 믿고 살아온 해맑은 사람도, 변호사로서 일하며 수많은 절망들을 마주하다 보면, 인간사의 절망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되지 않나 싶다. 누구에게나 절망이 도래할 수 있고, 인생에서 절망을 마주한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며, 당연하기까지 한 것 같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어떠한 이야기를 들어도 점점 놀라지 않게 되는데, 인간사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다는 걸 점점 더 알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타인의 삶이 아니라 내 삶에 어떤 절망적인 일이 일어나더라도, 괴로워하는 것과 별개로 나에게만 기이한 운명이 닥쳤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기엔 누구나 인생에서 절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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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writerjiwoo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등의 책을 썼습니다. 현재는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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