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감독과 재미있는 원작이 만났는데 재미없는 이유… <닭강정>

홍수정 영화평론가
홍수정 영화평론가 인증된 계정 · 내 맘대로 쓸거야. 영화글.
2024/04/02
※<스브스 프리미엄>에 기고한 글입니다.
※웹툰 <닭강정>, 시리즈 <닭강정>에 대한 약한 스포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포스터
<극한직업>(2019), <멜로가 체질>(2019)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돌아왔다. 게다가 이병헌 스스로 재미를 보장했던 작품이다. 그러니 얼마나 재미날지 기대가 컸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된 <닭강정> 이야기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닭강정>에 대한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 호불호가 나뉜다. 실은 혹평이 더 많다. 까칠한 반응의 대부분은 이 작품이 이병헌식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닭강정>에는 이병헌 특유의 엉뚱하면서 귀여운, 말의 티키타카가 별로 없다. 있다 해도 적중률이 낮다. 원작 웹툰 <닭강정>도 특유의 B급 감성을 자랑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라 안타까움이 더 크다. 재밌는 원작과 재밌는 감독의 만남. 그런데 결과는 어째서 생각과 다른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전, 먼저 원작 웹툰이 어떤 작품인지 살펴보면 좋겠다. 웹툰 <닭강정>은 나름의 매력이 또렷한 작품이다. "대체 어떤 작품인지 모르겠으나 재밌다"는 평이 넘쳐난다. 이 웹툰의 개그는 B급 감성이고, 처음 보면 약간 썰렁하다. '이게 개그가 맞나?'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런데 마치 평양냉면 같은 그 심심하고 묘한 맛이 중독적이다.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뒹굴지는 않지만 자꾸 실실 웃게 된다. 또 개그는 빈 듯하지만, 작품의 서사는 풍성하기 때문에 개그와 스토리의 조합이 좋다.

썰렁한 유머에도 불구하고 <닭강정>은 팬층이 돈독했고 인기가 많았다. 1화에서부터 뚜렷한 색을 보여주며 코드에 맞는 독자층을 쓸어 모았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은 충성 독자가 되었고, 맞지 않는 이들은 1화에서부터 탈락됐다. 그래서 큰 문제없이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전달하는 매체의 성격도 중요하다. '웹툰'의 특성상 개그가 썰렁해도 어색함이 덜하다. 반면 영상 콘텐츠의 개그가 썰렁하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INFJ
177
팔로워 1.9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