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스스로 빛을 내는 책 - 수많은 경험과 고민의 결과 - 제작, 후가공, 그리고 성책
2024/04/02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여러 모양의 책이 나올 수 있다. 이는 비유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러한데, 일단 ‘판형(책의 크기)’이 그렇고 ‘내지(본문, 표지 안에 주로 하얀 종이에 책의 내용을 인쇄한 부분. 보통 ‘내지’, ‘본문’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디자인적인 구성에는 ‘내지’, 내용적인 면에서는 ‘본문’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의 구성이 그렇고 표면적으로 제일 먼저 드러나는 표지도 그렇다.
거기에 ‘중쇄(重刷, 같은 책을 필요에 따라 수량을 더 늘려 인쇄함. 이를 간기면에 표기하고 찍을 때마다 숫자를 더한다)’를 찍을 때의 미묘한 환경의 변화(종이의 상태, 인쇄할 때의 날씨, 인쇄소마다 쓰는 잉크의 브랜드 등)에 따라서도 각 쇄마다 책이 주는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이는 ‘성책(成冊, 책의 완성)’의 거의 마지막 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후가공’에서도 드러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성책의 과정이 90퍼센트 정도 이루어진 ‘후(後)’에 ‘가공(加工)’하는 것으로, 주로 표지에 쓰이는데, 표지 인쇄를 완료한 후 코팅을 얹는 것도, 그 얻은 코팅 위에 추가로 압력을 넣어 형압(型押, press a figure[design] in intaglio)이나 박(箔, 금이나 그에 준하는 얇은 종이나 비닐 등을 두드리거나 압연하여 원래 종이보다 더 얇게 눌러서 만든 것)을 찍는 것 등을 포함한다. 이 후가공까지 마치고 이미 인쇄되어 페이지 순서까지 맞춘 본문 내지 덩어리에 표지를 붙이기만 하면(제책, 製冊) 책은 완성이 된다. 이처럼 책을 만드는 데는 내용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많은 선택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나 실제적으로나 같은 책은 거의 없다.
여기 하얀색의 책 표지가 하나 있다고 치자. 이 위에 어떤 것을 올릴 것인가. 내용적으로는 책의 제목, 저자, 출판사 이름 등이 들어갈 테고, 그 위에 이미지, 글자 모양, 로고 등이 들어갈 것이다. 이를 ‘컬러 인쇄(4도, 빛의 3요소인 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