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Breaking News] 차가 털렸습니다!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1
차와 함께 멘탈도 탈탈 털린 이야기

제목 그대로. 차가 털렸다. 아주 남은 것 하나 없이, 탈탙 털렸다. 
나와 솔뫼의 멘탈도 함께 탈탈 털렸다.      

털린 멘탈을 추스르고 사건의 경과를 진술해보자면 이러하다. 

그레이트 베이신 국립 공원을 도는 동안 솔뫼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초반에는 가벼운 체기인가 싶었는데 트레일을 오를수록 안색이 나빠지더니 나중에는 입술이 보랏빛이 되었다. 원래 브리슬콘 파인 루프 트레일에서 글레이셔Glacier 트레일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알파인 호수까지 보겠다는 당찬 계획을 짰던 솔뫼인데 브리슬콘 파인 루프 트레일만 겨우 찍고 돌아왔다. 그러지 않아도 평일에는 야근하고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녀주느라 무리하는 듯해 걱정이었는데 결국 탈이 나버린 것이었다. 괜찮다고 우기는 솔뫼를 억지로 설득해 일찍 출발했다.  

일찍 나섰대도 집까지는 꼬박 4시간을 달려야 했다. 나는 면허도 없어(무능력자입니다, 흑흑) 운전을 대신 해줄 수도 없었다. 솔뫼는 속이 불편해 저녁도 못 먹었다. 얄궂은 간식만 몇 입 먹고 장거리 운전을 쉬지 않고 했다. 솔트레이크시티로 들어와서는 장도 봐야 했다. 2박 3일 동안 비운 집에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장을 봤더니 역시나 한 짐이었고.

모든 걸 다 떠메고 떠났던지라 짐을 다 옮기려면 두세 번은 오르내려야 했다. 나도 솔뫼도 완전히 지쳐있었다. 우리는 당장 필요한 짐만 들고 올라갔다. 그게 일요일 밤 9시 경이었다. 

월요일에는 둘 다 바빴다. 솔뫼는 솔뫼대로 출근하고 야근하고 나는 나대로 여독 때문에 피곤했고 그런 중에 글을 쓰느라 힘들었다. 

다음날인 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기력을 되찾은 우리는 차에 놓아둔 짐을 가지고 올라오기로 했다. 차 열쇠를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룰루랄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고 낯선 차 번호판 그림을 보고는 어, 신기하다, 사진 찍을까 이러고 있는데 앞에 서 있던 솔뫼가 오, 슛! 오, 슛! 연거푸 외쳤다. 내가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라는 편이라 솔뫼는 나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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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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