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하는 실종의 법칙: 연극 <실종법칙>

차구마
차구마 · 창작집단 차구마컴퍼니입니다.
2024/04/17
‘실종’은 주로 타의에 기반을 두고 쓰는 말이다. 누군가의 사라짐이라는 기본적 의미를 갖지만, 그 부재가 사라진 주체에 의해서만 발생하진 않았을 거란 의심을 덧붙인 언어다. 당신이 사라졌을 때, 그 사라짐이 다른 무언가에 의했을 가능성이 높을 때 그 부재를 우리는 실종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고 마는 것. 그러므로 실종에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사라진 당신과 남겨진 우리의 관계 속에 존재할 테다. 어떤 실종 사건을 들여다보는 일은 관계의 진실을 찾는 일과 다르지 않다.
   
연극 <실종법칙>을 본다.
출처: 연극 <실종법칙> 포스터
어느 날 유진이 불현듯 사라진다. 대기업에서 고속 승진을 앞둘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유진의 행방불명이 그녀의 주체적 일탈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적어도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의 입장에선, 없을 것. 이유를 알 수 없는 유진의 사라짐에 대해 언니 유영(노수산나)이 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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