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조근조근제주신화1-2] 초공본풀이
2024/02/14
옛날 옛적 천하 임정국 대감과 지하 김진국이 살았다. 둘은 너른 논밭 전답에 재산은 넉넉하여 고대광실 높은 집에 많은 종을 두고 살았다. 금슬도 좋았다. 그러나 그 많은 재산인들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금슬이 아무리 좋은들 도대체 아이가 들어서질 않았다. 그러니 먹이를 먹이는 까치에게도, 비조리 초막의 아이를 어르는 거지 내외에게도 대감 부부는 시샘을 느끼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느진덕정하님(계집종을 일컫는 말)이 문득 올레(큰길에서 집 마당에 이르는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서는 중을 보고 대감 부부에게 알렸다. 중은 자신을 황금산 도단 땅 동개남 은중절에서 부처님을 지키는 주지 스님 밑에서 일하는 소사(잔심부름 하는 이)라 소개하며 권제삼문(시주)을 청했다. 대감 부부는 쌀 한 가득 퍼주고서 아이 얻을 비책을 바랐다. 소사는 원불수륙재를 드리면 될 수 있다 했고, 대감 부부는 좋다쿠나, 소사가 일러준 대로, 송낙지松蘿紙 구만 장, 가사지袈裟紙 구만 장, 상백미 중백미 하백미 일천 석씩, 은도 만 냥, 금도 만 냥 장만해 황금산 도단 땅으로 소곡소곡 올라갔다.
원불수륙재를 마쳤으나 공이 부족했는지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대감 부부는 얼싸둥둥 아이를 어르며 좋아했다. 앞이마에 해님, 뒤이마엔 달님, 양 어깨엔 샛별이 오송송 박힌 어여쁜 아기씨였다. 대감 부부는 아이 이름을 ‘저 산 줄기 뻗고 이 산 줄기 뻗어 왕대월산 금하늘 노가단풍 자주명왕 아기씨’로 지어주었다. 자주명왕 아기씨는 부모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랐다.
자주명왕 아기씨가 열다섯 십오 세가 되던 해에 천하 임정국 대감과 지하 김진국 부부는 천지왕의 분부를 받고 천하공사 지하공사를 하러 가야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야 했기에 십오 세 딸아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다가 묘안이 떠오르길 자주명왕 아기씨를 살창 안에 가두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