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태치먼트」
2024/03/25
디태치먼트
여자 아이가 울면서 I love you Henry라고 말한다. 헨리는 이미 보육원 사람들을 불렀다. 채플린이 키드를 무슨 일이 있어도 고아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 사회복무요원들과 웃기고 슬픈 사투를 벌인 끝에 승리하는 반면, 헨리는 여자 아이를 위해 그 애를 자기 손으로 보육원에 보낸다.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만다. 그러나 어그러짐 자체는 흔한 일이다. 그걸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헨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간청과 애원에 사랑의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자아이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 레즈비언 영화에서 여자가 울며 애원하는 애인에게 ‘I don’t want you like this’라고 했던 것이다.
헨리는 죽어가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기고, 홀로 단칸방에서 살며, 시간강사처럼 고등학교를 떠돌며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삶의 진실이고, 그는 이 진실을 마주하고 매일 그것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평교사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직업 안전성이 있으면 좋잖아요. 이런 종류의 질문들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더 벌 수 있을 텐데, 다른 직업을 택할 수 있을 텐데, 여유 시간을 더 많이 낼 수 있을 텐데, 할아버지에게 다른 대접을 해드릴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외롭게 살지 않을 수 있을 텐데, 이런 구린 학교들 말고 좋은 학교에서 일할 수 있을 텐데…… 헨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가 특별히 가난이나 불안정성, 불편과 외로움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또 거기에 아무런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평교사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당연히 되면 좋겠지. 그러나 그는 평교사가 되기 위한 액션을 전혀 취하지 않는다. 거기에도 까닭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에너지는 다른 일에 쏠려 있다. 밤길을 헤매거나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평교사가 되기에도, 가장이 되기에도 유리하다곤 할 수 없다. 동시에, 그가 밤길을 헤매고, 글 쓰고, 책 읽느라 가난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거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