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2023: 8.24]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가?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3/08/25
 요즘 어떤 소설을 쓰고 싶은지, 나에게 자주 묻는다. 소설과 전혀 상관 없는 길을 걸어온 터여서 나는 소설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책은 꾸준히 읽었고 그 읽은 더미 안에 소설이 어느 정도 묻혀 있어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다는 정도랄까.

 "나도 너처럼 전문가였으면 좋겠다."

 그녀는 내가 일하는 곳에 와 곧잘 책을 빌려가곤 했었다. 우리는 친해지면서 자주 대화를 나누었고 언젠가 부러움 섞인 표정으로 그녀에게 건낸 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인생에 등불이 되어줄 말을 해주었다.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으로 유일한 흠이라면 결혼을 했다는 점일 텐데, 그것이 흠이었던 건 내가 그녀를 몹시 흠모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정예슬. 앞으로 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할 테니 그녀의 이름은 밝히는 게 나을 것 같다.

 "세상에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한 가지에만 매몰된 삶을 사니?"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정말 그렇게 믿는 듯한 의미가 담겨 있었달까. 그렇게 말한 그녀는 사법 시험에 합격해 얼마 간의 판사 생활을 한 이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꾸리고 있었다. 공덕 5층 건물의 2층에 사무실을 내고 몇 점의 사무용 가구와 소파가 단촐하게 놓인 아늑한 공간이었다. 평생 법을 공부한 친구답지 않게 색에 대한 감각이 있었던지 파스텔 색상으로 예쁘게 꾸며놓았다. 그런데 그걸 좋은 감각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변호사를 찾아온 이들마다 각자 사연을 무겁게 안고 들어올 터인데, 그 마음을 파스텔 계열의 색상이 얼마나 달래줄 수 있는지 모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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