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밭죽

클레이 곽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는 사람
2023/06/18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항구도시인 여수 동국민학교(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니었다)정문 계단을 옆으로, 게 걸음으로 겨우 내려오면 정문앞에 동교문구점이 있었고, 문구점 옆에는 조그맣게 단밭죽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한 그릇에 10원이었다. 1970년의 10원이면 지금 환율로 따지면 얼마쯤일까...당시의 단밭죽은 팥죽이라고 하지만 새알도 없고 그저 팥물이 조금섞인 상태에서 사카린나트륨을 잔뜩 풀어서 단맛을 만들어 낸 수준이었지만, 하교길 아이들에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었다.

연탄화롯불 위에 올려진 은색 솥단지는 팥물이 줄줄 흘러서 땟국물 처럼 새까만 색으로 변해 열악한 위생상태였었지만 우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줄을 서서 팥죽을 먹었었다.

팥죽 한 그릇을 먹고 싶어서  옆에서서 구경만 하던 내게도 10원을 지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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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살지만 현실에서 항상 부끄럽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살다보니 벌써 나이를 먹어서 거울을 보고 자주 놀랍니다.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동하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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