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는 길목 - 완경을 맞이하여

토마토튀김
2024/08/11
나이가 들어 어느덧 노안이 오니 불편한 것은 이제는 먼 것도 가까운 것도 다 안 보인다는 것인데, 이게 이만저만한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중 하나. 눈썹을 핀셋으로 뽑아서 선을 다듬은 지 거의 30년이 되었다. 까맣고 두꺼운 눈썹이 얇은 핀셋에 제대로 잡혀서 뽁! 빠지는 그 느낌이 거의 쾌감 수준으로 시원하다. 그런데 이젠 거울 앞에 서서 눈썹을 바라보면 어떤 털이 웃자란 건지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다. 
안 보이는 눈썹을 확대해서 보고 싶어서 가까운 데 보는 노안 안경을 써봤다. (소위 '돋보기안경'이라고 하는 것이다) 바보 같다, 참 바보 같다. 눈썹털이 다리털도 아니고 안경알에 가려서 핀셋이 접근 불가한 구역인데 기를 쓰고 안경을 써서 보려 했다니. 나이 들수록 점점 귀여운 짓이 느는구나 싶어 피식 웃었다. 


몇 년 전에는 생리가 한 달 미뤄지고 소식이 없어 폐경이 오나 싶었다. 예전에는 생리 안 하면 혹시 또 임신한 거 아닌가 하고 스트레스받았는데 ㅋㅋㅋㅋ 당시 가까이 지내던 동생들에게 혼잣말인 듯 아닌 듯 지나가듯 이야기했다. 

- 폐경이 오나? 좀 섭섭하네...

그랬더니 페미니스트(나는 지금도 정확하게 페미니스트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정의하지 못했다)인 그 친구들은 내게 집중포화를 시작한다. 생리 그 지긋지긋한 것 지금이라도 끊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뭐가 섭섭하냐는 거다. 거의 생리를 '우리들의 적'이라고 규명하고 나를 공격하는데, 좀 웃겼다. 생리 끝나는 것이 섭섭하다는 언니는 촌스럽고, 곰탱이 같은 발언을 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슬슬 이건 웃긴 게 아니라 참담함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하긴 그때 그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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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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