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인은 살아있다
2024/09/17
“베이징인 발견 95주년 기념 학회에 초대합니다.” 2024년 12월에 열리는 학회의 알림장을 받았다. 베이징인은 중국 저우커우뎬 동굴에서 발견된 유명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다. 베이징인(‘베이징원인’), 호모 에렉투스. 인류의 진화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도 귀에 익숙함 직한 단어들이다. 2024년 12월에 95주년이라면 1929년 12월에 발생한 일을 기념한다는 뜻이다. 어금니 화석이 발견된 것은 1921년, 발견 사실을 학회에 발표한 것은 그 뒤 5년이 지난 1926년, 새로운 화석종을 발표한 것은 1927년이다. 1929년 12월은 베이징인의 첫 머리뼈 화석이 발견된 해다. 머리뼈의 발견은 물론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고 기념할 만한 이벤트다. 고인류학에서는 다른 어떤 몸 부위보다도 머리뼈가 가장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견된 머리뼈마다 기념 학회를 개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95주년’이라는 애매한 숫자로 말이다.
베이징인이 발견된 저우커우뎬 동굴유적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50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있다. 제국의 야심을 지니고 있는 국가의 수도에서 오래된 인류의 조상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충분히 광고 가치가 있다. 런던 근처에서 발견된 필트다운인은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 근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제국의 야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가라도 수도권에서는 고고학 자료가 많이 발견된다. 지금의 수도는 옛날에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고, 개발이 많이 되어 발굴 목적이 아니더라도 땅을 파헤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된 화석, 국가가 존재하기 전 시절에,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기 훨씬 이전 시대에 살던 조상의 흔적은 수도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의 위상을 높인다. 북한에서 발견되었다고 알려진 고인류 화석의 상당수는 평양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자랑스러운 조상이 태곳적부터 점지한 곳이 된다.
베이징인의 첫 머리뼈에는 화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 외에 특별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