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만 적확한 단어로,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1/10
  '착하다'는 말이 있다. 본래 뜻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하지만 원래 뜻은 어딘가 퇴색돼 보인다. 진짜 의미보다는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방에 대해 할 말이 없을 때 대충 얼버무리기용으로 사용하는 단어같다. 착하기만 한 사람은 없어서일까, 착하면 바보 취급 당하는 세상이라 그럴까. 아니면 내 마음이 착하다는 말을 밀어내고 있는 걸까. 한 세기쯤 뒤에는 착하다는 말의 의미가 좀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씁쓸한 예상을 해본다.

  '좋다'라고 써놓고 물끄러니 바라본다. 이 단어도 착하다는 말처럼 의미가 달라 보인다. 특색이 없어 보인다고나 할까. 너무 자주 쓰기에 오히려 이 말이 가진 진짜 의미가 빛바랜 것일까. 특별함을 부여하고 싶어 사전을 뒤적인다.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 나는 왜 별 생각 없이 좋다고 적었을까. 보통 이상 수준의 만족감이었을까. 단어가 지닌 흔함이 싫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말을 들여다본다. 유의어로 건강하다, 곱다, 괜찮다가 적혀 있다. 좋다와 비슷하지만, 내가 원하는 뉘앙스는 아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좋다'에 시선을 고정한다. 곁눈질을 하다 돌아봐서일까, 그제야 좋다의 의미가 굴절없이 마음에 들어찬다. '좋'이란 발음에서 잔뜩 힘을 올려 부쳤다가 '다'하며 숨을 강하게 내뿜으며 마음도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1.1K
팔로워 1.4K
팔로잉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