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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연 100권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3년간 연 100권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적고나니 대단해 보이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습니다. 2018년에 저는 대학생이었는데, 그때 '그래도 대학생인데 책 좀 읽어봤다는 소리 좀 하려면'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책을 읽을 기회가 대학교 아니면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어서, 2019년 1월 1일부터 '연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성공적입니다. 2019년에는 124권을, 2020년에는 101권을, 올해는 120권을 읽었습니다. 올해 독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읽기로한 책들이 많이 남아서 올해는 잘하면 2019년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 같습니다. 지금 딱 3권만 더 읽으면 2018~2021년, 총 4년간 연 평균 100권을 읽게 되는데 이쯤되면 엄청난 대기록이 아닌가. 충분히 자랑할만 하다. 그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2019~2021 독서 기록
그 다음으로 많이 들은 소리는 '생각이 확고히 달라지지 않았는가', '인생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기계발서에 나와있는 사례들처럼 '갑자기' 머리가 열린다던가 글을 더 잘 쓰게 되었다던가 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의미하게 그런 능력들이 향상되었다고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요. 즉, 매년 100권 읽었다고 해서 제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나만의 데이터가 새로 만들어지기는 했습니다. 저는 책을 다 읽을 때마다 노션 등의 어플을 통해 무슨 책을 읽었는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태그를 붙여서 기록한 책 목록은 나중에, 내가 그 주제를 찾을 때 참고자료를 바로바로 찾을 수 있게 해줍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내용을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나눌수도 있더라고요.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도움은 많이 받았습니다.

단순히 책을 더 많이 읽었다는 것보다 이렇게 기록했다는 사실이 더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기록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무슨 책을 읽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기록이 됩니다. 독후감상문을 매번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그렇게 감명깊게 읽은 책이라면 내가 알아서 긴 감상문을 쓰지 않을까요? 기록을 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책 읽기가 질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독서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 '무엇을 읽었는지'만 기록하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는 합니다.
노션에 기록한 2021년 독서 목록 일부
그리고 이렇게 많이 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시간을 내서' 읽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통학 시간에 읽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렸거든요. 그때만 책을 읽고 다른 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해놓고 읽으니 '이 시간만 읽으면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부담에서 벗어나기 쉽더라고요.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하루에 10~20분 정도 시간이 날때가 있을텐데 그때 책을 한 번 간단히 읽는 시간을 가지면 생각보다 꽤나 많은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원칙이 있는데, 다른 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책을 읽지 않는 겁니다. 책이 너무 재밌더라도 다른 시간에는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하루에 그렇게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 다음 날에 질려서 못 읽는 경우도 많거든요. 저의 경우도 그렇게 몰아서 독서 했다가 한 거의 1달 동안 아무 책도 안 읽은 적이 있어서 이렇게 원칙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내가 독서시간으로 지정한 시간에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박관념을 버리세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독서한다고 내가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더 중요한 일이 있을텐데 독서 시간 지킨다고 난리를 칠 필요는 없습니다. 못 읽으면 못 읽은대로, 읽으면 읽은대로 하루를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속적으로 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독서 자체에 함몰되어 독서를 기피하게 되는 현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편독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편독은 굉장히 나쁜 것이고, 여러 책들을 골고루 읽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독서를 습관화하려는 분들이 무리하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분야의 책들을 읽다가, 독서 습관 키우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수명은 모자랍니다. 그냥 읽고 싶은 책 읽으세요. 그러다 뭔가 부족한 것 같으면, 가끔 다른 분야의 책 1~2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고, 모든 것을 깊게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사실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공분야 제외하면 일반인들과 비슷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죠. 설사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독서 습관을 기르고 있는 초반에는 오히려 편독을 권합니다. 책을 찾는 습관이 길러져야, 다른 책들도 한 번 정도 손에 간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합니다. 한국 성인의 경우 월 평균 독서량이 1권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성인 평균독서량 연간 7.5권...2년전보다 1.9권 줄어, https://world.kbs.co.kr/service/news_view.htm?lang=k&Seq_Code=349362) 이 말은 여러분이 지금 당장 책 한 권을 읽는다면, 대한민국 성인 대부분보다 평균적으로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책 1권 읽는 일이 엄청난 성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독서를 시작해보세요. 목표는 작게, 하지만 의미는 크게 두면서 점차 좋아하는 책을 찾아가고, 나만의 데이터를 만들면 여러분의 독서이력도 제법 보기 좋게 바뀔 겁니다. 그게 비록 인생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책 읽는다고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타인과의 대화 주제를 늘리고, 내 취미 생활을 새로 만드는 게 결코 손해는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