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proof And Anti-fragile, 신자유주의 신화 속 아이돌
2022/12/12
방탄소년단(현 BTS)의 데뷔 앨범에는 ‘We're Bulletproof pt.2’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름은 정국, 스케일은 전국’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이 누구보다도 노력하고 있고, 또 그만큼 성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담고 있죠. 후렴구에서는 ‘Oh 나만치 해봤다면 돌을 던져, We go hard 우린 겁이 없어’가 반복되는데요. 노력을 주장하는 부분이고, 세상의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겠다는 이른바 ‘방탄Bulletproof'소년단을 선언하는 곡임이 확실해지는 부분입니다.
‘We're Bulletproof pt.2’는 2013년 6월에 발매되었습니다. 한편 2022년 11월에 발매된 같은 매니지먼트사 하이브 소속 르세라핌의 노래 ‘Antifragile’이 있습니다. 두 노래는 일견 아주 달라 보이지만, 서사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Antifragile은 ‘깨지기 쉬운’이라는 의미의 fragile에 대응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이는 경영‧경제 쪽의 신조어로, 스트레스나 충격, 변화에 의해 더 강해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나심 탈레브가 만든 용어에요. “경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비슷해서 평소 작은 실패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큰 위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강한 체질로 진화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르세라핌은 ‘Antifragile’이라는 노래에서 무려 ‘I'm Antifragile’이라고 선언을 해버립니다.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 antifragile’이라고 하면서요. 걸림돌이 있더라도 극복하고 나아갈 거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면에서 ‘We're Bulletproof pt.2’와 ‘Antifragile’은 상당히 유사해...
생각해보니 현재 K-POP에서 '의심'이란 주제가 전무한 듯 하네요. 어떻게 시작하든 결국 "난 나를 믿어"로 귀결되는.. 1세대에서는 현재를 부정하고 제도(학교)를 비판하는 메세지가 제법 있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그 가사들도 회사의 기획에서 나왔지만요. 아마, 서태지와 '교실이데아'의 영향이 컸겠죠.)
멀리 갈 것 없이, 아이돌 산업의 모순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각할 모먼트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쇼미더머니에서 "르세라핌이 파업할 권리"를 외치면 그나마 이슈가 되려나요.
장지현 님의 글에 직접 관계된 건 아니지만, 김도훈 님의 답글을 읽으면서 하게 된 생각들을 글로 올렸습니다.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https://alook.so/posts/rDtpLkR
@장지현님
어떻게 보자면 기획측(회사), 퍼포먼싱 당사자(아이돌), 소비자(관객) 모두에게 조금씩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군요.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
JoR님께,
저는 '아이돌'이 아주 큰 기획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곡도 탑, 멜로디, 베이스, 각 소절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고,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안무 또한 여러 팀이 제출한 것을 사서 해당 팀에 맞도록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지요. 의상도, 메이크업도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무대에 서는 데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아이돌이 처한 상황상, 아이돌을 기획하는 사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양자가 조금 더 관심있게 이 문제를 염두에 두었으면 했습니다.
즉 말씀하신 것처럼, 노력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그들 인생의 핵심이자 주춧돌'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상화를 경계하여야 한다는 얘기를 한편에서는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궁금해서 댓글 남겨봅니다.
지현님의 생각은 '소위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지나치게 내재화한 음악을 제작하고 내놓는 시스템과 엔터의 방향성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이해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이런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노력-> 결과 증명의 서사는 (엔터가 많은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 차치하고) 창작자 혹은 퍼포먼싱 당사자의 개인적이고 당사자적인, 삶의 중심이 되는 서사이기도 합니다. 엔터사가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아이돌은 더 이런 가치를 내재화하고 있기도 하죠.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아닌 창작자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 메시지는 그들 인생의 핵심이자 주춧돌일 때도 있습니다. 이것을 자신의 창작물로 승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라는 큰 단어를 들이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문득 들어요.
오히려 글이 향해야 하는 대상은 이를 소비하는 대중과 대중이 쌓아올리고 있는 소비 문화여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현님의 생각은 어떠실까 여쭈어봅니다.
(좀 두서 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이네요. 혹 이해 안가시거나 제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시면 편하게 말씀 주세요)
장지현 님의 글에 직접 관계된 건 아니지만, 김도훈 님의 답글을 읽으면서 하게 된 생각들을 글로 올렸습니다.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https://alook.so/posts/rDtpLkR
@장지현님
어떻게 보자면 기획측(회사), 퍼포먼싱 당사자(아이돌), 소비자(관객) 모두에게 조금씩 전하는 메시지인 것이군요.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
JoR님께,
저는 '아이돌'이 아주 큰 기획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작곡도 탑, 멜로디, 베이스, 각 소절마다 다른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고,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안무 또한 여러 팀이 제출한 것을 사서 해당 팀에 맞도록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지요. 의상도, 메이크업도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무대에 서는 데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아이돌이 처한 상황상, 아이돌을 기획하는 사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양자가 조금 더 관심있게 이 문제를 염두에 두었으면 했습니다.
즉 말씀하신 것처럼, 노력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그들 인생의 핵심이자 주춧돌'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상화를 경계하여야 한다는 얘기를 한편에서는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궁금해서 댓글 남겨봅니다.
지현님의 생각은 '소위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지나치게 내재화한 음악을 제작하고 내놓는 시스템과 엔터의 방향성이 온당하지 않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를 '신자유주의적으로' 이해하고 소비하는 대중이 이런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노력-> 결과 증명의 서사는 (엔터가 많은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 차치하고) 창작자 혹은 퍼포먼싱 당사자의 개인적이고 당사자적인, 삶의 중심이 되는 서사이기도 합니다. 엔터사가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아이돌은 더 이런 가치를 내재화하고 있기도 하죠. 이데올로기적 관점이 아닌 창작자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 메시지는 그들 인생의 핵심이자 주춧돌일 때도 있습니다. 이것을 자신의 창작물로 승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라는 큰 단어를 들이대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문득 들어요.
오히려 글이 향해야 하는 대상은 이를 소비하는 대중과 대중이 쌓아올리고 있는 소비 문화여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현님의 생각은 어떠실까 여쭈어봅니다.
(좀 두서 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이네요. 혹 이해 안가시거나 제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시면 편하게 말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