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마릴린 · 전직 선생, 현직 무직.
2022/12/09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고.
오래 전부터 '이상해, 너무 기울었어'라고 그렇게 떠들었건만.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님은 진즉에 눈치로 알았네.
분위기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고, 애물단지로 남을 거라는 거.
내 이럴 줄 알았지.
미련 없이 가방 싸야겠네.
탈탈 다 털어서 텅장도 만들었으니 아쉬움 없이 나가야지.
그런데, 기분은 좀 개운치 않아.
원래 이럴 것으로 지레 감 잡았지만, 뭔가 밀렸다는 패배감은 어쩔 수 없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 역량이 그만 밖에 안 되는 걸.
그 동안 몇 번 달콤한 커피 값은 벌었었으니 집착하지 말고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고 가는겨.
잠깐이나마 즐거웠으니 그것은 고맙고, 이런 공간도 세상에는 있고, 바라보는 눈도 넓게 만들어줬으니 그것도 고맙고.
좋은 경험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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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으로 31년 근무하고 명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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