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기를 너에게 부탁할게" 다닐 트리포노프 리사이틀

허명현
허명현 인증된 계정 · 공연장에 있는 사람
2023/02/18
이번 세기를 너에게 부탁할게
   
이번 세기를 담당할 피아니스트를 만난 것 같다. 다닐 트리포노프가 일본을 지나, 한국에 상륙했다. 커리어나 연주력 모두 지금 세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연주자다. 한국에서는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부쩍 더 알려졌다. 참고로 당시 대회 2등은 손열음, 3등은 조성진이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차이콥스키, 스크리아빈, 슈만, 라벨 그리고 심지어 모차르트까지였다. 한시대를 담당할 피아니스트인만큼 레퍼토리도 역시 넓다.

도이치 그라모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다닐 트리포노프의 연주 영상
   
첫 곡은 차이콥스키의 Children's album, Op.39였다. 어린 자녀를 염두한 다닐 트리포노포의 초이스였을까. 가벼운 소품이라 몸풀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트리포노프의 놀라운 음색과 보이싱은 숨길 수 없었다. 비기너들이 주로 연주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나, 트리포노프가 손을 대는 순간, 아주 깊은 세계가 있는 작품이 되었다. 우선 트리포노프의 치밀한 음색설계 덕분에 관객들은 오랫동안 환상 속에 머물렀다.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먼저 ‘이탈리아의 노래’는 너무 잘 만들어진 노래가 나와서, 자칫하면 눈물이 흐를 뻔 했고, ‘달콤한 꿈’에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을 땐 눈앞이 뿌옇게 되었다. 문득 어린 시절로 돌아 간 것 같았다. ‘아픈 인형’도 떠오른다. 아주 깊은 슬픔이 담긴 연주였는데, 객석에서 누군가 적절한 타이밍에 기침까지 해서 심각한 분위기는 더욱더 고조되었다. ‘종달새의 노래’에선 다닐의 셋잇단음표 표현도 좋았고, 춤곡들의 리듬도 진부한 것 하나 없었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한 곡을 더 들을 수 있다면, 망설임 없이 차이콥스키의 이 작품을 고를 것 같다.
   
두 번째는 슈만 ‘판타지’였다. 첫 순간부터 알 수 있었는데, 템포가 변화무쌍했고 음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트리포노프가 이 작품을 얼마나 각별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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