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이 우리의 사랑에 미치는 영향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2/07/08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저서 《사랑 예찬》에서 요즘 유행하는 연애 풍조,
다시 말해 취약성을 부정하는 풍조에 대해 비판한다.
나를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 특히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상처받기 쉬운, 즉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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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의 보편화와 도덕적 잣대

최근 나는 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제 갓 결혼한 부부는  10여 년의 연애 기간 동안 각자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랑의 로맨틱한 이야기 덕분에 결혼식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는데 사실 이 두 사람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다면 부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로맨틱한 필연에는 사실상 알고리즘이 큰 역할을 했다.

데이팅 앱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의 사진과 25단어짜리 프로필을 토대로 공통 관심사와 매력 요인을 분석한 다음 세심하게 선별해서 미래의 짝과 이어지도록 다리를 놔준다. 스마트폰으로 연애를 시작했다고 하면 이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깎아내리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데이팅 앱이 보편화되었다고는 해도, 세간의 낙인과 도덕적 비난은 여전하다. 더구나 비운의 연인들이 데이팅 앱에서 인연이 닿았다고 하면 왠지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의 와중에 데이팅 앱 이용자가 확실히 급증했다고 하니, 조금은 낭만적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사람들이 타인과의 연결에 새삼 주목한다는 사실은 인간관계를 확인받으려는 보편적 욕구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우리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나를 알리고 상대방을 알고자 하는’ 욕구를 억누를 수 없는 존재인 모양이다. 영국 철학자 마크 버논은 이 욕구를 “낭만적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일러스트:아이다 노보아&카를로스 이건

물론 여기서 문제는 데이팅 앱에서 진짜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을지 여부이며, 이론적으로는 만남이 가능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젊은이들이 그런 연애에 뛰어들 의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일축한다. 그는 《사랑 예찬》에서 요즘 유행하는 연애 풍조, 다시 말해 취약성을 부정하는 풍조에 대해 비판한다. 나를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 특히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상처받기 쉬운, 즉 취약한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질지는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달려있고, 상대방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도 접어야 한다. 그러므로 연애 상대로서 거절당하면 우리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연애의 시작은 긍정의 신호다. 연인으로 인정받으면 우리는 선하고, 가치 있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인식된다.

바디우는 이렇게 인식이 오가는 과정에서 데이팅 앱이 끼어들면 연애의 양상이 사뭇 달라진다고 우려한다. 데이팅 앱을 통하면 우리는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상대방을 평가하고 거절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경우에만 채팅을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연애 첫 단계의 불확실성, 즉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저절로 해소된다. 나를 퇴짜 놓은 수많은 이용자, 내 프로필을 보자마자 성에 차지 않아서 알 필요도 없다고 거부한 사람들은 절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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