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 여름의 빌라, 백수린

이해해준
이해해준 · 인류연재
2023/09/18
  
지금, 우리 눈앞의 존재를 파괴, 창조, 환영

   여름의 빌라는 주아가 스물한 살에 처음 떠난 유럽 배낭여행에서 우연히 알게 된 중년 부부 한스와 베레나, 특별히 베레나에게 보내는 편지예요. 주아와 한스 부부의 인연은 베를린의 작은 서점 아시아 문학 코너에서 시작되었죠. “낯선 나라에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여름의 빌라, 49쪽) 싶었던 주아에게 한스가 다가와 혹시 일본인이냐며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던 겁니다. 일문학 전공자인 주아가 일본어로 그에게 자신은 한국 사람이라 대답한 이후, 하이쿠를 좋아하는 독일인과 한국인 여행자의 일본어와 영어가 뒤섞인 대화로 빚은 국적 모를 우정은 한스가 주아를 그의 집에 초대하는 데까지 이르게 해요. 그리고 베를린 동역에서 한스 부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주아가 울었어요. 그 순간이 한스 부부에게 주아를 각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시간이 흐른 뒤 베레나가 말했대요. 하지만 주아의 울음은 한스 부부의 이해를 넘어서는 세계와 미래의 자신에게로 향한 눈물이기도 했죠. 그때 그 자리에서 주아를 배웅하던 한스 부부는 주아에게 도달 가능한 희망을 상징하는 실재였을까요. 이 여행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 주아는 지호와 결혼해 독일에서 남편의 유학 생활로 오 년간 체류하며 그들과의 인연을 이어나갑니다. 

   드문드문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다, 뜸해진 연락이 마음의 짐처럼 느껴질 만한 무렵의 어느 날, 서울에서, 주아는 남편 지호와 함께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한 빌라로, 나중에 그들이 여름의 빌라로 부른 장소로, 시간이 되면 와줄 수 있겠냐는 베레나의 초대 편지를 받습니다. 주아는 그들의 “가난하지만 행복한 신혼부부였던 시절을 알고 있는” 한스부부를 만나 지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12
팔로워 5
팔로잉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