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세이ㅡ나는 오래달리기 중

이상미
이상미 · 작가, 강사
2024/03/03
가을이 갔나 남았나를 나뭇잎 수로 헤아리는 시간이다. 이렇게 가을과 겨울 사이 어제 오랜만에 조은이책방에 갔다. 오래달리기라는 그림책을 보고서 냉큼 사기로 마음먹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 체력장이란 게 있었다. 800미터를 뛰는 거였다. 운동장 4바퀴 돌아야했는데 말이 4바뀌지 한바퀴 지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래달리기는 내게 어려웠다. 너무 힘들었고 지쳤다. 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지만 달리는 내내 포기하고픈 마음이 자꾸 옷자락을 잡았다. 힘들다는 걸 알고 난 뒤 오래달리기는 하기 전부터 큰마음을 먹어야했다. 

오래달리기를 생각하다가 내게 특이한 점이 있다고 이상했다. 같은 곳을 달려도 내가 앞서 있을 때는 힘이 들지 않았다. 힘이 든다고 느낄 때는 뒤처지기 시작할 때였다. 나는 왜 앞서 있을 때는 힘들지 않고, 뒤처질 때 힘들까? 내가 정말 힘든 건 달리기인가? 뒤처지기인가? 

아는 지인이 내가 주목받고 칭찬받으면 더 잘하는 형이라고 한다. 나는 칭찬 받으면 춤추는 고래였던 거다. 누구나 그렇지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냥 타인은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잘하는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는 그렇지 못한가 보다.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앞서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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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이며 책과 글을 매개로 하여 치유글쓰기, 그림책 스토리텔링강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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