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12
"왜 나를 미대에 안 보내줬어. 윤지만 보내주고 나 정말 염직 같은 거 하고 싶단 말이야!"

딸아이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내게 따지고 들었다. 딸아인 잠시도 손을 가만 놔두지 못하고 뭔가를 만들거나 짜거나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다. 그 애 방은 항상 이런저런 재료들로 침대 밑에서부터 빈틈없이 어질러져 있어 아예 그 방을 들여다 보지 않는게 속이 편할 정도였다. 그런 재료들로 친구 생일 같은 때 뭔가를 뚝딱 만들어 선물하지 결코 사서 주는 일이 없었다. 낡는 청바지는 어느새 곰인형으로 변신해 나란히 자리를 지키고 겨울이면 털목도리를 한 광주리씩 떠서 주위에 퍼돌렸다.

"염직해서 뭐 할건데. "
남편이 무뚝뚝하게 한 마디 내뱉는다.
염직공예를 전공해 봤자 예술가로 우뚝 서기도 생업으로 삼기도 너무 어려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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