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어릿광대 3

이종호 · 영어 번역가
2023/11/23
단편소설 - 탐욕의 어릿광대 3
  

다음 날 금요일 오후, 학원 사무실에 혼자 있던 진완은 낯선 사람의 방문을 받았다. 
“저는 부동산 중개인입니다. 원장님께서 학원을 한 번 둘러봐도 된다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원장님은 어디 계신가요?”
“아직 출근 전이신데요.” 
그는 10분 정도 학원을 이 곳 저 곳 둘러보고는 돌아갔다. 
원장은 저녁 7시쯤 학원에 출근했는데 뭔가 몹시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강남에서 새로 학원을 시작해야겠어요. 아무래도 이 지역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낮아서 학원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팔려고 부동산에 내놓았는데, 권리금을 너무 적게 부르네요. 겨우 3천 밖에 줄 수 없다니 참…” 
가뜩이나 초조하던 진완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월요일, 진완이 출근했을 때 학원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무실 안이 휑뎅그렁했다. 소파와 책꽂이는 물론 복사기를 비롯한 사무집기들도 모두 사라졌고, 심지어 정면 벽에 붙어 있던 달마대사 그림도 보이지 않았다. 강의실도 책상 의자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지난 주말 내내 설마하며 다독이던 불안감을 구체적 현실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진완은 당혹스런 심정으로 원장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으나,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려왔다. 원장은 진완의 석 달 치 밀린 월급을 지불하지 않은 채 주말을 틈타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분노와 허탈감을 억누르며 집으로 돌아온 진완은 그날 저녁 혹시나 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다렸으나 아무 전화도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진완은 관할 노동청을 찾아 갔다. 노동청은 대로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었다. 넓은 사무실 안에 마련된 20여 개의 상담창구마다 진완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30분쯤 기다린 후, 진완의 순서가 되었다.
공무원이 사무적인 목소리로 진완에게 물었다. 
“최규원씨와 고용 계약서는 작성하셨나요?”
“아니요. 구두로만 계약했습니다.”
“몇 달 치 월급을 지불 받지 못하셨나요?”
“석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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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석사. 안산1대학교와 대림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다수 매체와 기업체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잘난 척하고 싶을 때 꼭 알아야 할 쓸데 있는 신비한 잡학 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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