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과 사랑을 말하다
2023/03/02
#사강, 사랑 탐구
프랑수아즈 사강은 파리에서 가장 자주 그리고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책의 작가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세기의 베스트셀러 작가'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5년을 살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화를 꼽으라면 아마도 각 구 여기저기에 위치한 서점을 찾아다니며 그녀와 그녀의 글에 대한 서점지기들의 코멘터리들을 읽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후회하는 점은 셀 수 없다. 나는 왜 집 골목에 있던 작은 서점 한 편의 Sagan 코너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지 않았었나. 왜 시립 도서관에 꽂혀있는 사랑과 철학에 관한 책들을 전부 읽어볼 욕심을 내지 않았나. 친구들이 사랑에 관한 토론을 첨예하게 나눌 때 그 사이에 적극적으로 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나...
석사과정을 공부하느라, 일을 하느라, 버스킹을 떠나거나 레슨에 매진하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건 변명이다. 왜 조금 더 그녀에 대해 찾고, 읽고, 쓰지 않았을까. 나 또한 많은 사람들처럼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그녀의 문체에 서서히 빠져들었던 독자 중 한 명이었고, 한국에서 뒤늦게 모두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뒤늦게 열광할 때 (물론 소설 원작과는 관련이 없지만, 타이틀을 빌려옴으로써 수강의 매력적인 문체와 감정선들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고) 나 또한 파리에서의 기억을 끌어올리게 되면서 한동안 다시 그녀의 글에 매료되었었다.
#<슬픔이여 안녕>
사강의 수많은 캐릭터 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슬픔이여 안녕> 속 '안'은 한동안 내게 시니컬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을 당당하게 원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존재였다. 책 속 주인공인 세실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옛 친구인 안을 열일곱이 되던 해에 다시 만난다. 자신이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믿고 있던 그녀는 아버지의 연인으로서 '안'을 다시 조우하고는 자신 안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낮에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밤에는 노래하는 문화예술인. 재즈를 연주하고, 공저로 문화예술 연구 및 집필을 하며 다양한 글을 씁니다. 저서 <어젯밤, 파리에서>, <코로나 시대의 한국 재즈신>,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