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모자

김중혁
김중혁 인증된 계정 · 소설가, 계절에 대해 씁니다.
2024/04/05
photo by 김중혁
어린 시절, 서부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악당을 향해 재빨리 권총을 뽑아드는 주인공의 실력도 감탄스러웠지만, 제일 멋져 보였던 것은 주인공이 쓰고 있는 모자였다. 넓은 챙은 주인공의 얼굴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워 신비로움을 더했다. 눈은 잘 보이지 않고,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입술이 두드러졌다. 나도 모자를 쓰고 악당에 맞서 싸우고 싶었다. 나의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총도 없고, 모자도 없고, 악당도 없다. 총이야 한국이니까 그렇다 치고, 악당을 만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치고, 나는 왜 모자도 없을까. 돌아서면 배가 고픈 중학생에게 모자는 사치 품목이었다. 대부분의 용돈은 (떡볶이) 먹고 (콜라) 마시고 (오락실에서) 노는 데 썼다. 어머니도 말씀하셨다. 모자는 머리 다 크면 그때 사라고.

모자와는 인연이 없는 세대라고 해야 할까. 1983년 교복자율화가 시작되었고, 그해에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교복과 함께 모자도 사라졌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삐뚜름하게 썼던 그 모자, 멋진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자인데, 모자를 마음껏 쓸 수 있었는데……, 군대에 가서야 마음껏 모자를 쓰게 되었다. 질리도록 모자를 썼다. 전투모도 쓰고, 철모도 썼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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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문서, Pages, Obsidian, Ulysses, Scrivener 등의 어플을 사용하고 로지텍, 리얼포스, Nuphy 키보드로 글을 쓴다. 글을 쓸 때는 음악을 듣는데 최근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은 실리카겔, 프롬, 라나 델 레이, 빌 에반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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