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1 – 로버트 카파가 세상에 내민 어느 죽음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9/05
로버트 카파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는 세상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사실 우리는 세상의 흐름을 거의 읽지 못한다. 때로는 흐름이 존재하는지도 깨닫지 못한다. 세상의 흐름을 생각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눈에 의지한다. 하지만 세상의 흐름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눈에만 의지하면 더더욱 흐름을 읽지 못한다.
 
    눈을 믿는 이들은 이미지가 드러난 이후에야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인지하지만, 눈으로 확인한 세상의 흐름은 흐름 자체가 아니라 결과의 일부분이 드러난 것일 뿐이다. 미니스커트와 장발이 그렇고, 힙합바지와 귀걸이,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그렇다. 그것들은 흐름의 부산물이지, 흐름 자체가 아니다. 

    세상의 흐름은 눈으로 감지하기 전에 세상의 골목과 시장, 거리를 흘러 다닌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뭔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달라진 뭔가가 세상을 채워가고 있어.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우리에게 달라붙어, 우리를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라고 말한다. 작가들이 그 심각한 변화를 규명하기 위해 먼저 나선다. 

    문학, 미술, 음악으로 규명을 하는 작가들 무리에 1800년대 중반 이후 사진가들이 합류한다. 그리고 1900년대 들어서서는 어느 작가군보다 명징한 시각적 사건을 만들어낸다. 눈과 깊은 친연親緣을 맺고 수천 년 동안 지배력을 행사한 미술의 세계에, ‘시각을 통한 사유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에 이전에 없었던 강력한 지진파를 날린다.
로버트 카파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1936년 헝가리계 유태인인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1913∼1954)는 1936년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러 현장에 간다. 그리고 그 해인 1936년 그 유명한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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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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