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VS 무당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8/23
랑종



세상은 단 하나가 아니다. 국가나 인종, 언어와 자연환경의 차이 정도로 나누는 게 보통이지만 적용하는 기준에 따라 세상의 형태도 나뉜다. 그 기준이란 때로는 가시적이지 않다. 직간접적으로 보거나 들었다고 믿은 것들이 전해 내려오고 다수와 집단으로 확장되면 믿음은 힘을 얻는다. 이것을 내가 보고 들었으니 너희도 이걸 믿어야 한다는 주장이 집단을 결속시키는데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불안한 심연에 내려앉게 되면 믿음은 더 이상 호불호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믿느냐 마느냐에서 믿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존속하게 된다. 이 뿌리는 침묵으로 깊게 유지된다. 의심을 발설하지 않는다. 받아들이고 따르고 동의를 표할 뿐, 일정한 시간 동안 질서의 일부가 된 특정 믿음을 거스르지 않게 된다. 먹고사는 게 지치고 힘겨워 굳이 따지지 않는다. 순응할 뿐이다. 불확실성과 예측불가의 특성을 지닌 이런 믿음이 세상을 어지럽게 구분하는 기준의 일부라고 여기는 편이다. 잘 알려진 역사와 거대 세력을 지닌 대형 종교만이 아니다. 권력을 지닌 보이지 않는 존재는 수많은 곳에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 신 또는 귀신이라 불리는 존재. 믿음의 시간과 의지의 크기에 따라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지닌 권력은 비례하게 된다. 얼마나 그 권력에 일상을 기대는가, 얼마나 의식하며 지내는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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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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