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맛보는 음식 기행3] 아나고 회 사촌격인 개상어 회

박일환
박일환 · 시인, 저술가, 국어사전 탐방자.
2024/05/28
웬만한 물고기는 회로 먹는 게 가능하다. 오래전 제주에 들렀을 때 잠시 배낚시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때 건져 올린 쥐치 몇 마리를 회로 떠서 먹은 기억이 난다. 회를 좋아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회 축에도 끼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제법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성호 시인의 시집을 보다가 개상어라는 바닷물고기를 만났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 데다, 그걸 회로 먹는다니 어떤 물고기인지 궁금했다. 
   
@네이버 레드펄스 바다낚시 카페
  나는 안다
   
  전성호
   
  장날 문득, 며느리에게
  “얘야, 개상어 회를 먹어보자”
  아버지가 키우셨던
  거실의 왕제비꽃이 귀를 쫑긋 세운다
  잡수실 수 없는 부실한 치아를
  나는 안다
  손수 초장을 만드시며
  끓는 정분을
  멀리 전송하고 있다는 것쯤
  나는 안다
  작대기에 제 몸 의지하는 것보다
  묵은 제 짝에 기대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
  들킨 마음 감출 곳 없어
  “얘야 너는 이빨 성하제”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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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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