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청실홍실 (8)
어떤 어지럽고 혼탁한 그런 공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둡다’기 보다는 그냥 느낌 자체가 그랬다. 뭔가 여기저기 어질러져있고 지저분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사방팔방의 시야도 ‘밝다’고는 결코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지만 ‘어둡다/밝다’쪽의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뭔가 복잡하고 어지러운 공간 그곳을 가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 카오오오~~~!!! 카오오오~~~!!! ”
어디선가 무슨 귀신 울음소리인지 동물 울음소리인지 요상하면서도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목소리 같지도 않고 여자 목소리 같지도 않은 뭔가 요사스러우면서도 해괴한 소리. 가인은 겁에 질린 가운데서도 말하고 있었다.
“ 이...이게 뭔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다냐 ??? ”
대관절 무슨 귀신의 울음소리인지 괴물의 울음소리인지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 그러다 저만치 어떤 불빛같은게 보였다. 저곳이라면 이 이상한 공간을 빠져나갈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일단 그쪽으로 가보려는데.
“ 카오오오~~~!!! 카오오오오오옷~~~!!! ”
뭔가 거듭 들리는 이상한 소리. 심지어 그 소리의 크기마저 점점 커지는 기분이었다. 가인은 어쨌든 빠져나가고자 어떤 불빛이 보이는쪽으로 자꾸 다가가보려는데.
“ 어엇~~!!! ”
뭔가 이상한 물체 같은게 보였다. 언뜻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하고, 일단 가인의 눈에 들어온 그 ‘무엇’을 가인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 어엇~~~!!! ”
뭔가 무섭기도 하고 피해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가인이 본능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다 눈을 떴다. 아니나 다를까. 꿈이었다. 무슨 악몽도 아니고 한바탕 그야말로 요상하고 어지러운 꿈을 꾼 것 같은데 어느덧 날은 밝아 있었다. 전업주부인 가인이니 어차피 남편 출근준비 하랴 아이들 학교보내려하랴 그러려면 한가하게 그 이상한 꿈이나 곱씹고 있을 상황은 분명 아니다. 허나 그렇게 남편과 아이들 출근과 학교준비하고 – 시간상 어차피 아이들이든 남편이든 빵과 계란후라이 어쩌다 ...